6일 저녁 앤서니 앨버니지(왼쪽) 호주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7년 만에 중국 땅을 밟은 호주 총리인 앤서니 앨버니지가 6일 오후 5시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 시간가량 정상회담을 했다. 시진핑은 “중국과 호주의 관계는 올바른 길로 들어섰다”고 했고, 앨버니지는 “양국 관계 진전은 고무적”이라고 했다. 호주가 반중 노선을 취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5년 넘게 갈등을 빚어오던 양국이 관계 정상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시진핑은 회담 시작부터 앨버니지를 추켜세우며 “(앨버니지가 작년 5월 취임 후) 중국과의 관계 안정과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했다. 이어 “중국과 호주 관계는 이제 개선과 발전의 올바른 길로 들어섰다”면서 “이런 상황을 보게 되어 안심된다”고 했다. “양국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계속 발전시키는 것은 중요하다”고도 했다.

앨버니지는 “우리가 이뤄낸 양국 관계 진전은 의심할 여지 없이 매우 고무적”이라며 “무역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도록 더 자유롭게 진행되고 있고, 다양한 대화를 시작했으며, 양국 간 인적 교류도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시진핑은 회담에서 1973년 냉전 시대에 호주 총리로는 처음 중국을 방문해 외교 관계를 수립한 고프 휘틀럼을 언급하며 “물을 마실 때 우물을 판 사람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격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시진핑은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진핑은 “양국은 아·태 지역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어떠한 시도도 경계하고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앨버니지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미·중 가드레일(안전 장치)과 군사적 협력에 대해 말했고, 이는 중요한 내용”이라고 했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된 것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15~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 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인도·태평양 지역 자유 진영의 핵심 국가인 호주와의 관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호주 또한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교역 회복을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

그러나 양국이 해결해야 할 이견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앨버니지는 5일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에서 “호주가 할 수 있는 것은 협력하되 ‘반드시 해야 할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외교·안보 문제에서 앞으로도 중국과 대립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에 가입하기 위해 호주의 지지를 바라지만, 앨버니지는 “결국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했다. 호주가 대중국 견제를 위한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 안보 협의체) 등에 참여하고 있어 중국과 안보 협력이 제한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