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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말 기세 좋게 서태평양에 진출한 중국 국산항모 산둥호가 남북으로 미국의 2개 항모 전단 사이에 끼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필리핀 서부 해상에서 훈련 중이던 레이건호 항모전단과 하와이에서 출발해 일본 남부 해역으로 들어온 칼빈슨호 항모전단이 서태평양으로 나가는 산둥호를 남북에서 압박하는 모양새가 된 거죠.
두 항모로부터 협공당할 것을 우려한 중국군은 4차례에 걸쳐 6척의 해군 함정을 급파해 산둥호 지원에 나섰습니다. 항모 엄호를 위해 H-6K 전략폭격기 등 48대의 각종 군용기가 출격하기도 했다고 해요.
레이건호와 칼빈슨호는 11월4일부터 8일까지 필리핀 동부 해역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헬기 항모 휴가호와 연합 훈련을 하기 위해 이동 중이었습니다. 미중 항모전단이 서로 화력을 주고받을 급박한 상황 자체가 아니었죠. 대만 언론은 “미국 두 항모전단의 위력에 겁을 먹은 산둥호가 다급히 증원을 요청했다”고 했습니다. 중국의 미국 항모 울렁증이 도졌다는 뜻이죠.
◇다시 도진 ‘미 항모 울렁증’
최근 남중국해 도서지역에서는 중국과 필리핀 간 영유권 분쟁이 불붙고 있습니다. 부산항에 머물던 레이건호는 필리핀 지원을 위해 10월19일 남중국해로 갔어요.
산둥호도 맞불을 놓기 위해 10월26일 대만 남부 바시해협을 거쳐 필리핀 동쪽 해역으로 진출했습니다. 10월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루손섬 동쪽 필리핀해에서 함재기 이착륙 훈련 등을 진행하며 무력시위를 했죠.
그런데, 훈련 과정에서 일본 남부 해역으로 칼빈슨호 항모전단이 들어오는 걸 확인한 겁니다. 미국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팔레스타인에서 전쟁이 일어나자 샌디에이고에 정박 중이던 칼빈슨호를 조용히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보냈어요. 두 개 항모전단 체제를 구축해 중국과 북한이 이 틈을 이용해 준동하지 못하도록 견제에 나선 겁니다.
◇산둥호 지원 위해 구축함 등 긴급 출동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기록을 보면 중국은 허둥지둥하는 모습이었어요. 10월28일 낮에 북해함대 소속 전자정찰함 진싱호가 다급히 오키나와를 거쳐 일본 남부 해역으로 진출했습니다. 뒤늦게 칼빈슨호 동향 감시에 들어간 거죠.
10월29일 오전에는 배수량 1만3000톤인 대형구축함 난창호가 전자정찰함, 보급함을 대동하고 일본 가고시마현 서쪽 바다를 거쳐 서태평양에 진출했습니다. 10월30일에는 미사일 구축함 탕산호, 미사일 호위함 웨이팡호도 합류했어요.
중국은 총 3척의 항모를 건조했지만, 첫 항모 랴오닝호는 장기 수리에 들어가 있고, 세 번째 항모 푸젠호는 아직 시험 항해 단계입니다. 실제 운용되는 건 산둥호 밖에 없죠. 그러다 보니 가용한 대형 구축함과 호위함 등을 보내 칼빈슨호 대응에 나선 겁니다.
◇육상기지서 전략폭격기도 발진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전략폭격기와 전투기도 대거 출동시켰어요. 10월30일부터 11월1일까지 전략폭격기, 전투기, 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 등 48대가 대만 남쪽 해상으로 출격해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습니다. 한 중국 군사 블로거는 11월3일 포털사이트 왕이에 올린 글에서 “필리핀에 있는 레이건호와 일본 쪽 칼빈슨호가 대만을 사이에 두고 남북에서 산둥호를 협공하는 형국”이라면서 “자칫 산둥호가 포위 섬멸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썼더군요.
중국이 이렇게 화들짝 놀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레이건호와 칼빈슨호 항모는 합쳐서 함재기 숫자가 150대를 넘어요. 칼빈슨호 항모에는 중국이 두려워하는 최신 스텔스전투기 F-35C도 있습니다. 기껏 30대 전후의 J-15 함재기를 보유한 산둥호는 비교 대상이 아니죠. 중국 스스로 “항모 성능이나 작전 능력 면에서 큰 격차가 있다”고 인정합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에서 전쟁이 일어나자 지중해에 포드호와 아이젠하워호 항모전단을 배치했죠. 이란, 레바논 등이 가세해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동시에 미 본토에 있던 칼빈슨호를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보내 레이건호와 두 개 항모전단 체제를 구축하도록 했어요.
◇“3개의 전선 감당할 수 있다”
미국은 두 개 항모전단이 기본 전투 편제라고 합니다. 한 척이 전투태세일 때 다른 한 척은 보급, 함재기 정비 등을 하면서 항상 전투 대비 태세를 유지하는 거죠. 지중해와 인도·태평양 양쪽에 각각 두 개의 항모전단을 배치했다는 건 실전 태세라는 걸 의미합니다. 미군 지휘관들이 자주 언급하는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상시 전투태세)’인 거죠.
중국과 러시아는 팔레스타인 전쟁이 반가울 겁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까지 2개의 전선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즐기는 거죠. 여기에 대만에서 충돌이 일어난다면 3개의 전선이 됩니다. 미국이 2개의 전선에 동시에 두 개 항모전단 체제를 구축한 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선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미국은 총 11개의 항모전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해양군수산업 전시회에 참석 중인 사무엘 파파로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11월8일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이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주의력이 분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을 받았어요. 이에 대해 파파로 사령관은 “미국 행정부와 국방부 어디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긴급한 상황과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소홀한 모습을 보지 못했다. 지중해에도 서태평양에도 두 개의 항모전단이 배치돼 있다. 조금도 주의력이 분산돼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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