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구속됐던 50대 일본인 남성이 중국 법원이 내린 징역 12년형에 불복해 상소했지만,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됐다고 일본 NHK 등이 12일 보도했다. 지난 7월 강화된 ‘반(反)간첩법’ 시행 이후 일본 제약 회사 직원이 간첩 혐의로 구속되는 등 외국인 처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3일 후난성고급인민법원에서 12년형이 확정된 일본인 남성은 간병 업종 종사자로, 2019년 7월 후난성 창사에서 간첩 혐의로 구속됐다. 올해 2월 창사시중급인민법원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은 뒤 곧바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상소를 기각했다. 3심제인 한국과 달리 중국의 최종심은 2심이다. NHK는 중국은 실형이 확정된 일본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를 저질렀고 어떤 경위로 구속했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반간첩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최소 17명의 일본인이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대부분 ‘중국통(中國通)’ 학자나 기업 고위직이다. 동중국해·대만 문제 등으로 중일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체포·처벌 사례가 속출했다. 일본 정부는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간첩 혐의로 구속된 일본 제약 회사 직원의 석방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11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중국 내 간첩 혐의로 처벌받은 일본인 문제가 논의될 전망이라고 NHK는 전했다.
지난 7월 반간첩법 개정안 시행 이후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처벌받는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개정안은 간첩 행위 적용 대상을 ‘국가 기밀·정보를 빼돌리는 행위’에서 ‘국가 안보·이익과 관련된 자료 제공’ ‘간첩 조직에 의지하는 행위’ 등으로 확대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지시를 받아 활동한 중국인 간첩들도 대거 공개했다. 중국 방첩 기관인 국가안전부는 지난달 22일 중국 방산 업체 직원 허우모씨가 2013년 미국에 방문연구원으로 갔다가 미 정보 당국에 포섭돼 간첩이 된 과정을 공개했다. 2021년 7월 쓰촨성 당국에 적발된 허우씨는 10여 개의 기밀문서를 미국에 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8월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던 중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포섭된 국영 무기 회사 직원을 체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