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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요즘 국영식당 개업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허베이성 스자좡시 북부 옌시 지역의 한 국영식당이 10월30일 문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고 해요.
이 식당은 ‘5위안(약 900원)이면 배불리 먹고, 9위안(약 1600원)이면 잘 먹을 수 있다’는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주변 민간 식당보다 50% 이상 싼 가격에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거죠. 개업 후 11일 동안 연인원 2만명이 이용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식당 이용자들은 만족도가 높아요. 하지만 이런 싼 가격은 결국 세금 지원 덕분에 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잖습니다. 주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식당 이용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꼴이라는 거죠. 국영식당이 싼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하면 주변 민간 식당이 줄도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큽니다.
1960년대 대약진운동 등을 다룬 영화에서나 보던 국영식당이 등장하자 “다시 계획 경제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고 탄식하는 중국인들도 적잖아요.
◇“계획경제 시대로 돌아가나”
스좌장 국영식당은 내부 면적이 200㎡(약 61평) 가량이라고 합니다. 벽면에 붉은색 글씨의 표어가 그려져 있고, 유선 전화기와 흑백TV, 오래된 신문 등이 소품으로 등장하는 등 1960년대 분위기를 연상시킨다고 해요.
식당 운영 업체는 스자좡시 소속 국유기업 산하의 한 식품회사입니다. 식당이 있는 옌시 지역 주민 5000여명에게 일상적인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해요. 노인들이 주이용객이지만 저렴한 식사를 찾는 젊은 층 이용자도 적잖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연임을 확정한 작년 말부터 전국 곳곳에 국영식당이 등장하고 있어요. 국무원 민정부는 각 지방도시 내 3~5개 지역에 국영식당을 포함한 주민서비스시설을 시범적으로 설치하라는 지침을 내려 보냈습니다. 허베이성도 성내 각 도시에 2025년까지 도시별로 500곳, 성 전체로는 5000곳 이상의 국영식당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해요. 베이징과 하얼빈, 난닝, 난징 등에도 국영식당이나 공공식당이 들어섰습니다.
◇적자 속 세금 지원으로 연명
국영식당이나 공공식당은 싼 가격으로 이용객의 반응이 좋다고 합니다. 일반 식당에서 한 끼를 먹으려면 20~30위안이 드는데, 이곳에서는 10~15위안 정도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세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국영식당은 통상 지방정부가 민간업자에게 위탁해 운영하는데 건물 임대료 혜택을 제공하고, 연간 단위로 우리 돈 수천만원에 이르는 보조금도 지급한다고 해요.
이렇게 지원을 받아도 적자가 나는 국영식당이 적잖다고 합니다. 허베이성 바오딩시의 한 국영식당은 매일 30명가량이 이용하는데, 한 끼 식대가 10위안 정도라고 해요. 30명이 하루 두끼를 모두 이곳에서 먹는다 해도 이 식당의 월수입은 2만 위안(약 360만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 식당 주방 요리사 4명의 월 임금(2만 위안) 정도를 감당할 수 있다고 해요. 음식재료 구입비와 가스비, 전기료 등 다른 비용은 모두 지방정부가 세금으로 충당합니다.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반월간지 ‘반월담’조차 “상당수 지방 국영식당이 적자를 보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식대가 싸다 보니 식품 안전을 우려하는 주민들도 적잖다”고 보도했어요.
◇“주변 식당 도산 등 부작용 우려”
국영식당에 제공하는 임대료, 보조금 등이 공정 경쟁을 막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남방도시보는 “정부 세금 지원을 받다 보니 국영식당과 공공식당 식대는 주변 식당체인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주변 작은 식당과 배달업체 등이 타격을 입어 도산하면 실업자 양산, 상업 활동 부진 등의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썼어요.
중국 지방정부는 부동산 거품 붕괴로 세수가 크게 줄어 공무원 인건비를 체불하는 곳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으로 국영식당을 유지한다는 건 지속가능한 일이 아니겠죠. 국영식당이 또 다른 부패의 진원지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이 국영식당 확대를 추진하는 건 경제난으로 국민 생활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에요. 이런 상황 속에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일종의 포퓰리즘 정책입니다. 집권 이래 공동 부유를 강조해온 시진핑 주석이 국영식당을 통해 사회주의 제도의 우위를 과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어요.
◇마오식 사회관리기법 재등장
시 주석은 11월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펑챠오(楓橋) 모델’ 도입 기관 대표들을 접견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펑챠오 모델을 추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펑챠오 모델은 1963년 마오쩌둥이 전국적 확대를 지시한 기층 단위의 사회주의 정신 개조운동이에요. 저장성 펑차오진 군중이 지주와 부농, 반혁명 분자 등을 체포하거나 살해하지 않고 토론과 교육을 통해 정신 개조에 성공했다는 겁니다. 각 지역과 기관에 ‘내부 감시를 통해 자체적으로 사회 안정과 치안을 잘 유지하라’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어요.
중국 경제는 부동산 거품 붕괴와 외국 자본 철수,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과거시대의 유물인 국영식당, 사회주의 정신 개조 운동 등을 들고 나오는 건 이런 경제 위기가 사회 불안으로 확산하는 걸 막겠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이런 낡은 제도가 구세주가 될 것으로 보는 이들은 중국 내에서도 많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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