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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결국 대규모 빚을 내 돈 보따리를 푸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11월14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장기 저리의 부동산 정책 자금 1조 위안(약 180조원)을 풀기로 했다”고 보도했어요. 앞서 10월 말에는 1조 위안의 국채를 발행해 지방정부 재해 복구 자금 등으로 사용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이후에도 경기 회복에 속도가 나지 않자 합쳐서 2조 위안(약 36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쓰기로 한 거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 정부가 내놓았던 4조 위안 부양책의 절반 규모로, 우리 정부 한 해 예산의 절반을 넘는 액수입니다. 그만큼 비상시국이라는 거죠.
◇2000만 가구 입주 지연
중국 정부는 그동안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꺼려왔습니다. 중국은 작년 기준 총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97%로 미국(256%)보다 더 많죠. 이미 부채 문제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입니다. 2008년 4조 위안의 경기 부양책도 경기 진작 효과보다 지방정부 부채 문체를 악화시킨 부작용이 더 컸다는 비판이 많았어요.
시진핑 주석은 집권 초 ‘부채 줄이기’를 주요 경제 운용 방침으로 내걸었습니다. 리커창 전 총리도 여러 차례 “물대기 식 경기 부양책은 절대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죠.
그랬던 중국이 다시 빚을 내 경기 부양에 나서는 건 부동산 문제가 내버려둘 수 없을 만큼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노무라증권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난으로 완공되지 못한 중국 내 아파트가 2000만채에 이른다고 해요. 2000만 가구가 계약금과 중도금을 내고도 건물이 완공되지 않아 입주를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대규모 사회 불안 요인이 되겠죠.
◇부동산의 인질이 된 중 경제
부동산 시장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있습니다. 중국은 부동산과 그 관련 산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나 돼요.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는 경제가 좋아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올 들어 10월까지 부동산 투자는 작년 동기 대비 -9.3%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소비도 영향을 받아요. 중국은 가계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나 됩니다. 주택 가격이 내려가면 씀씀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죠. 중국은 최근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 아파트까지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이 준비 중인 자금 지원책은 인민은행의 담보보완대출(PSL)이에요. 도시 주거환경 개선과 국민주택 보급을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에 시중보다 싼 금리로 제공하는 정책자금인데, 우리나라의 국민주택기금과 비슷합니다. 지방 도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2019년부터 이 자금을 동결했는데,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자 이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어요. 작년 9월 1082억 위안을 공급했고, 이번에는 1조 위안 규모로 공급한다는 겁니다. 외신에서는 “헬리콥터로 돈 뿌리는 격”이라고 썼더군요. 어떻게든 자금난에 허덕이는 부동산 개발업체에 돈이 흘러가도록 하겠다는 뜻입니다.
◇‘거품 붕괴’ 부른 극약 처방
관영 매체에서는 중국 금융 당국이 구제 대상 부동산 개발업체 50곳의 ‘화이트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보도도 나와요. 아직 명단이 나오진 않았는데, 도산 위기에 몰린 비구이위안과 완커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합니다.
중국 부동산 위기는 과도한 거품이 근본 원인이지만, 그 시작은 2020년8월 중국 정부가 내놓은 ‘3개 레드라인’ 정책이었어요. 대형 부동산 업체에 자산부채율 70% 이하, 순부채율 100% 이하 등 3개 요건을 제시하고 이를 위반하면 대출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공동부유론을 국정기조로 내건 시진핑 주석이 여러 차례 ‘집은 살기 위한 것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고 경고해도 부동산 시장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자 개발업체를 상대로 극약 처방을 한 거죠. 그로부터 1년 뒤인 2021년부터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와 완다, 비구이위안 등이 줄줄이 도산 위기로 내몰렸습니다.
중국 당국은 대형 부동산 업체들이 부도 위기에 몰려도 그동안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어요. 망하든 살아나든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습니다. 그랬던 중국 당국이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부동산 개발업체 지원에 나선 건 정책 노선의 근본적인 전환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문제 해결은 측근에 떠넘겨
지난 7월말 하반기 경제정책을 논의한 당 중앙 정치국 회의 발표문에서는 그동안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던 ‘집은 살기 위한 것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는 시 주석 발언이 빠졌습니다. 대신 ‘경제 회복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더군요. 섣부른 공동부유론으로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자 부동산 살리기 쪽으로 방향을 튼 겁니다.
부동산 살리기는 신설된 당 중앙 금융위원회 주임을 맡은 리커창 총리와 금융위 판공실 주임인 허리펑 경제 담당 부총리가 맡는다고 해요. 시 주석은 빠지고 측근들에게 뒷마무리를 맡기는 모양새입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부동산 부양책이 2000만 가구 입주 지연 사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봐요. 그러나 부동산 거품 문제 해결을 미루겠다는 것으로, 부채 문제만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적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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