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지난 9월 한 기자가 취재를 위해 자료 사진을 찍는 모습./AFP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의 한 유력 언론사는 올해 7월 회장이 당 간부 출신으로 바뀐 이후 ‘외신 번역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지난 30일 알려졌다. 또 외신을 부득이하게 전해야 할 경우, 국영 통신사인 신화통신이 중국어로 보도한 내용에 대해 재인용할 수 있다고 지침을 내렸다. 그동안 이 언론사 기자들은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블룸버그 등 서방 매체 기사들을 적극적으로 번역해 소개하며 주목받았는데, 갑자기 이 같은 관행을 회사 측에서 제한하고 나선 것이다. 베이징의 한 홍보 업계 종사자는 “최근 중국 언론사들 가운데 외신 인용 보도를 민감하게 검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외국의 언론 보도 내용이 자국으로 흘러드는 것을 고도로 통제하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언론사 통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목표는 외부의 목소리를 봉쇄하고,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한 치의 오차 없이 대중에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미 2016년부터 중국에서는 타임·이코노미스트 등 주요 서방 매체들의 접속을 차단했고, 중국인들은 유료 가상 사설망(VPN)을 이용해야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언론사들의 외신 인용 보도까지 대폭 제한해 중국에 외부 목소리를 원천 차단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시회 시찰하는 시진핑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8일 상하이에서 열린 과학 기술 혁신 성과전에서 로봇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시 주석의 국빈 영접이나 주요 정치 행사 등에서 중국 언론사들의 출입 통제가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영접이나 국가 주요 정치 행사 등에서도 중국 언론사들의 출입 통제가 최근 몇 년 동안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초청되는 매체들은 중국 국영 방송국인 CCTV와 국영 신화통신, 대외 홍보에 적합한 관영 매체 1~2곳 정도의 조합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 언론에서 시진핑 관련 뉴스에 등장하는 특정 용어가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중국 학계의 외교·정치 전문가들 중에서 정부의 검증을 통과한 소수만 현지 언론에 등장하고,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만 반복해서 내놓고 있다. 한 중국 매체 기자는 “결국 중국 언론사들은 국가 대소사 중에 ‘소사’만 독자적으로 취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은 앞서 홍콩보안법을 앞세워 홍콩의 주요 방송과 신문을 장악했다. 중국에 대한 보도가 비교적 자유로웠던 홍콩 언론에 재갈을 물려 반중(反中) 여론 유통 통로를 완전히 차단한 것이다. 2021년 홍콩 4대 일간지인 싱다오일보 등을 보유한 싱다오그룹은 중국 선전의 부동산 대기업이 최대 주주가 됐고, 홍콩 대표 반중 신문이었던 빈과일보는 사주가 홍콩보안법 위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으며 폐간됐다. 이 때문에 중국 정치·경제 관련 내밀한 소식을 전해온 홍콩 매체들의 취재 역량이 크게 하락하고, 전 세계적으로 중국 관련 뉴스가 부실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