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 장소인 샌드턴 컨벤션 센터 근처를 사람들이 걷고 있다./신화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회원국으로 공식 가입했다고 사우디 국영 방송이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날 브릭스 가입 사실을 발표하면서 “브릭스는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유익하고 중요한 통로”라고 밝혔다.

이번 사우디의 브릭스 가입은 지난해 8월 정상회의에서 결정된 일이다. 당시 브릭스 정상회의는 사우디와 함께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이란, 에티오피아 5국을 새 회원국으로 승인했다. 이들 5국은 1월 1일부터 회원 자격을 갖추게 됐다. 아르헨티나도 회원국으로 승인됐지만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신임 대통령이 브릭스 가입에 반대하면서 실제 가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사우디의 브릭스 가입으로 기존에도 독재자들의 모임이라는 눈길을 받아왔던 브릭스는 이런 이미지를 더욱 굳히게 됐다. 기존 5국 중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00년 이후 권좌를 놓지 않고 있으며, 시진핑 중국 주석도 2022년 3연임을 확정지으면서 사실상 독재 체제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아공도 대통령이 바뀌기는 했지만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가 30년째 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 이란 등 권위주의적 독재 정권을 가진 나라가 추가로 가입하게 된 것이다.

특히 사우디는 이번에 브릭스에 가입하면서 당초 미국과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우방의 역할을 해오던 것과 달리 독자노선을 걷는 모양새를 더욱 뚜렷이 했다. 브릭스 멤버인 러시아와 중국은 대표적인 반미(反美) 성향 국가다.

아울러 사우디가 브릭스에 가입하면서 중동은 물론 국제정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오펙(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오펙플러스(OPEC+)가 하나의 국제기구 아래 묶이면서 유가에 대한 공조가 더욱 견고해졌다.

사우디의 브릭스 가입에는 사우디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은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면서 중동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