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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소(CEBR)가 지난 연말 발표한 ‘세계 경제 장기 전망 2024′ 보고서에 각국의 희비가 엇갈립니다. 경제 상황과 인구 추이 등을 고려해 2038년까지 각국의 경제 순위를 예측한 자료죠. 순위가 오른 국가는 희색이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는 “예측은 예측일 뿐”이라며 외면합니다.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13위에서 2028년 9위로 뛰어올라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더군요. 대신, 8위 이탈리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봤습니다.
초점은 중국 경제의 미국 추월 시점인데, 2037년에 중국 경제 규모가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어요. 2022년 보고서는 2028년으로 예상했지만, 작년엔 2030년으로 늦췄고, 올해는 2037년까지 미뤘습니다. 미국 웰스파고은행도 1월3일 보고서에서 추월 시점을 2032년에서 2042년으로 10년 늦췄어요.
◇뒤집힌 중국 경제 대세론
CEBR은 2013년부터 “2028년에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해왔습니다. 당시는 중국 경제가 연간 7% 이상의 고도성장을 계속하던 시절이었죠.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몰라도, 경제 총량 면에서 미국을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다수였습니다.
이런 중국 경제 대세론이 뒤집히기 시작한 시점은 2022년이었어요. 그해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제로 코로나’ 방역 지침에 따라 최대 경제도시인 상하이를 봉쇄하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공급망이 흔들렸고, 중국 경제 성장률은 3%로 곤두박질을 쳤죠.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은 당시 블룸버그 TV에 나와 “6개월, 1년 전만 해도 중국이 언젠가 경제 총량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게 자명해 보였지만 지금은 매우 불확실해졌다”면서 “1960년대 러시아, 1990년대 일본에 대한 경제 예측이 떠오른다”고 했습니다. 기업 활동에 대한 공산당의 관여, 과도한 금융 부채, 생산 가능 인구 급감 등으로 인해 과거 러시아와 일본처럼 미국 경제 추월에 실패할 것으로 본 거죠.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도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대착오적 방역정책의 대가
중국 경제의 미국 추월을 가장 앞장서서 예측해온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2021년말 보고서에서 예상 추월 시점을 2028년에서 2033년으로 늦추더니, 2022년12월 보고서에서는 “아예 미국을 추월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제로 코로나로 인한 경제 타격, 미국의 대중 규제 등으로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시대착오적 방역정책을 고집하다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 거죠.
JCER, 캐피털이코노믹스 등과 달리 CEBR은 그래도 ‘2037년 추월’은 가능할 것으로 봤습니다. ‘제로 코로나’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 가속 등 불리한 요인이 적잖지만 방대한 인구 규모와 중국 정부의 공격적 경제 정책을 감안하면 추월 자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 거죠. 다만, “부동산 거품 붕괴 등으로 인한 경제 위기가 없다는 가정 하에”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해 2050년쯤엔 다시 미국에 역전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했습니다. 그만큼 전망에 자신이 없다는 뜻이겠죠.
시장에서는 이런 전망에 대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중국은 작년 말부터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아파트도 가격이 내려가는 등 부동산 시장이 크게 불안한 상황이죠. 본격적인 거품 붕괴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중국 GDP의 24%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붕괴한다면 그 여파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못지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요.
◇한국, 인도 약진 예상
보고서는 대만 침공이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분석했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 등 서방의 경제 제재로 현재 중국 GDP의 15%가 사라질 것으로 봤어요. 2022년 중국 GDP 17조 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2조5500억 달러가 줄어든다는 겁니다. CEBR은 이런 이유로 중국의 대만 침공이 어려울 것으로 봤어요.
이번 보고서에 담긴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는 인도의 부상입니다. 인도 경제는 2032년 일본과 독일을 넘어 세계 3위로 올라서고, 2080년에는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어요. 풍부한 젊은 층 인구와 중산층 급성장 등을 바탕으로 장기간 고도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 겁니다.
인도네시아도 2023년 16위에서 2038년 11위로, 베트남은 같은 기간 34위에서 21위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유럽 강국들이 밀려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가 그 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게 CEBR의 예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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