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반도체 대부’인 롄화전자(UMC) 창업자 차오싱청(曺興誠·77) 전 회장이 11일 오전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타이베이=이벌찬 특파원

13일 세계 안보에 결정적 변수가 될 대만 총통 선거가 치러진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의 상징이 된 대만에서 친미(親美) 성향의 집권 여당인 민진당, 친중(親中) 성향의 제1야당인 국민당 후보 중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세와 세계 기술·무역·군사 지형이 바뀐다. 이 선거 결과에 따라 한반도 주변의 안보 환경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가 선거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일까지 공개된 여론조사에선 정권 재창출에 도전하는 대만 독립파 라이칭더가 중국 본토의 지지에 힘입어 8년 만의 정권 교체를 노리는 허우유이를 오차 범위 이내인 3~5%포인트 앞서며 선두를 지켰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선거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민진당과 국민당은 서로 자신이 진정한 ‘대만의 수호자’라고 외치며 표 몰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대세 굳히기에 주력하는 민진당과 막판 역전극을 노리는 국민당, 양 진영의 대표적인 인사를 만나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았다. 이 기사는 민진당을 지지하는 대만 반도체의 ‘아버지’, 롄화전자(UMC) 차오싱청 창업자 인터뷰다.

그래픽=김현국

‘대만 반도체의 대부’로 불리는 롄화전자(UMC) 창업자 차오싱청(曺興誠·77) 전 회장은 11일 타이베이시 대만대교우회관에서 본지를 만나 “이번 선거는 민진당과 공산당의 대결”이라고 했다. 롄화전자는 대만에서 TSMC와 함께 양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로,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다. 베이징에서 태어나 한 살 때 대만으로 건너온 차오싱청은 한때 ‘통일주의자’로 불리는 친중 인사였지만, 회장직 사임(2006년) 이후인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반중 열사로 전향했다. 2022년 5월에는 대만 국방 강화를 위해 30억대만달러(약 1300억원)를 기부한다고 밝혔고, 그해 11월에는 싱가포르 국적을 버리고 대만인으로 돌아왔다. 이날 차오싱청과는 공동 인터뷰 직후 회관 복도에서 단독으로 만날 수 있었다.

–대만 선거의 대결 구도는.

“집권 민진당과 (국민당이 아닌) 중국 공산당의 대결이다. ‘전쟁과 평화’ 구도가 아닌 민주(民主) 체제와 중국의 경쟁이다. 중국은 아직 대만 공격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바이든을 만나 (외부에서 예상하는) 2027년이나 2035년에 대만을 침공할 계획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나.”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진다고 보나.

“대만 무장을 약화시키려고 할 것이다. 미래에 대만 침공을 쉽게 만들기 위한 단계다. 이번 대선은 대만의 미래와 서태평양 안전·안정에도 매우 큰 영향이 있다. 중국은 미국과 서태평양을 두고 경쟁하기 때문에 대만해협을 차지해 제1열도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을 잇는 가상의 선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방어선과 일치)을 허물고자 한다. "

대만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가 지난 5일 신베이시에서 열린 거리 유세에서 대만을 상징하는 청천백일만지홍기를 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허우유이는 TV 연설에서 “첫째, 대만 독립에 반대하고, 둘째, 민주·자유 제도를 고수하며, 일국양제(중국이 홍콩과 마카오에서 시행하는 한 나라 두 체제)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로이터 뉴스1

-대만 반도체 공급망도 중국이 통제하게 되나.

“아직 먼 얘기다. 다만 국민당이 승리하면 점진적으로 대만의 안보를 갉아먹어 ‘홍콩화’를 이룰 것이다. (반도체 기업을 포함한) 대만 글로벌 기업들은 통상 정부 간섭에서 자유롭고 미국에 상장된 경우가 많아 직접적인 내부 통제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대만에 중국발(發) 안보 위협이 커지면 미국은 결국 대만 기술의 중국 유출을 우려해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

–선거 이후 중국이 군사적 압박을 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중국은 상(商·경제)의 목줄을 죄고 정(政·정치)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잘하고 있다. 미국·동남아 무역액이 중국 본토와 홍콩을 합친 규모를 넘어섰다. 탈중국 속도가 빠르니 중국이 조바심 내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민진당 재집권을 이뤄내면 중국의 음험한 전략이 크게 타격을 받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 선거가 끝나면 즉각 비공식 대표단을 보낸다는데.

“미국이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대만을 중국 영토라고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미·일 협력이 크게 강화됐는데, 대만은 이에 보조를 맞추려고 하는가.

“한국은 한때 중국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 중 하나였는데 사드 사태 이후 큰 타격을 받고 바뀌었고, 일본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대만은 민간 부문에서 일본과 긴밀한 협력을 이뤘는데 선거 이후 한국과도 매우 가까운 관계를 만들길 바란다.”

차오싱청 회장은 거액을 기부해 2021년 타이베이대 범죄학연구소 선보양 교수 등과 민간 군사 훈련 기관 ‘흑곰학원’을 설립, 후원하고 있다. 중국 침공에 대비해 민간 예비군 300만 양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흑곰학원 이외에도 다양한 대만 시민 단체에 거액을 지원했다. 다른 기업인들도 이에 동참하길 바라나.

“대만의 많은 기업인은 시민운동을 돕고 있지만, 로프로파일(low-profile·주목을 거의 안 받도록 하는 태도) 전략을 취한다. 중국에 밉보여 피해를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마잉주 전 총통 등 국민당 정치인들의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당 골수 지지자들의 위선을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과거 대만에 와서 반공(反共)을 외치며 전민(全民) 군인화와 계엄 통치를 이어갔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이 큰돈을 버니 반공을 포기하고 본토와 친구가 되려고 한다. ‘독립 반대’는 수단이고 ‘반공’이 목표여야 하는데, 국민당은 거꾸로 중국과 가까워지면서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다.”

-이번 선거는 4년 전과 달리 민생이 나빠져 야당을 찍겠다는 이들이 많은데.

“대만 사람들의 건망증이 심하기 때문이다. (2019년 민주화 시위를 겪은) 홍콩의 비참한 상황을 잊었고, 중국도 미디어를 대거 동원해 대만 청년들이 홍콩 문제에 관심 갖지 않도록 인지전을 펼치고 있다.”

10일 오전 타이베이 대만대교우회관의 복도에서 차오싱청이 본지 기자와 대화하고 있다./타이베이=이벌찬 특파원

이날 인터뷰 도중 국민당 지지자로 추정되는 중년 여성이 차오싱청의 대만 독립 주장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 여성은 “당신 같은 사람이 독립을 주장하니 전쟁 위험이 커지는 거 아니냐”면서 “나는 내 아이가 전쟁터에 가는 꼴은 못 본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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