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는 마잉주 전 총통. /타이베이=이벌찬 특파원

13일 세계 안보에 결정적 변수가 될 대만 총통 선거가 치러진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의 상징이 된 대만에서 친미(親美) 성향의 집권 여당인 민진당, 친중(親中) 성향의 제1야당인 국민당 후보 중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세와 세계 기술·무역·군사 지형이 바뀐다. 이 선거 결과에 따라 한반도 주변의 안보 환경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가 선거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일까지 공개된 여론조사에선 정권 재창출에 도전하는 대만 독립파 라이칭더가 중국 본토의 지지에 힘입어 8년 만의 정권 교체를 노리는 허우유이를 오차 범위 이내인 3~5%포인트 앞서며 선두를 지켰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선거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민진당과 국민당은 서로 자신이 진정한 ‘대만의 수호자’라고 외치며 표 몰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대세 굳히기에 주력하는 민진당과 막판 역전극을 노리는 국민당, 양 진영의 대표적인 인사를 만나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았다. 이 기사는 국민당 ‘대부’로 꼽히는 마잉주 전 총통의 단독 인터뷰다.

그래픽=김현국

국민당 대부(代父)로서 막판 유세 현장을 돌았던 마잉주(馬英九·74) 전 총통은 10일 타이베이시 네이후구(區)의 집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라이칭더가 집권하면 새로운 법을 제정해 대만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대만 독립은 전쟁을 의미한다”고 했다. 마잉주는 징역형을 선고받고 보석 상태인 천수이볜 전 총통(민진당)을 제외하면 대만에서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퇴임 지도자다. 마잉주는 총통 재임 시절인 2015년, 역사적인 첫 양안(중국과 대만) 정상회담인 ‘시마회(習馬會·시진핑과 마잉주 회담)’를 성사시켰다. 이번 대만 선거에서는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가 ‘마잉주 노선’을 사실상 계승했다.

-선거 이후 대만해협 정세가 걱정되는지.

“과도하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대만인들은 민진당이 계속 집권하면 전쟁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인지했을 것이다.”

-당신의 집권 시절과 지금의 중국이 다른 게 문제 아닌가.

“민진당이 양안의 협상 토대인 92공식(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되 표현은 각자 알아서 하자는 1992년 합의)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92공식은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의미를 갖는다.” (민진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92공식의 의미가 ‘일국양제’로 바뀌었다고 보고,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국민당은 92공식 토대 위에서 양안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92공식 외에 양안 관계 악화의 원인은 무엇이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민진당 정부의 목표가 대만 독립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진당은 (중국과 이루는) 평화(和)든 합작(合作)이든 일괄 반대한다.”

-라이칭더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대만은 이미 주권이 있는 독립 국가라서 ‘독립 선언’이 필요 없다”고 하더라.

“라이칭더는 뼛속까지 대만 독립을 추구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대만 독립’ (선언)이 곧 전쟁을 의미한다는 점을 알고 있으니 발언을 조심하는 것이다.”

-그가 완전한 대만 독립주의자라고 생각하나.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그렇다. 대만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고, 중국 본토는 이미 라이칭더를 ‘구제 불능의 독립주의자’라고 평가내렸다.”

-라이칭더가 집권하면 전쟁 나나.

“불확실하다. 집권 과정에서 하는 발언에 달렸다. 그가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조심스러운 언행으로 중국 본토와의 충돌을 피하길 대만인들도 원할 것이다. 중국 본토의 ‘대만 독립’에 대한 태도는 ‘전쟁까지 각오하겠다(不惜一戰)’는 것이다. 미국 또한 양안의 불편한 관계는 원해도 대만 독립 추진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지난 10일 마잉주는 본지 인터뷰에서 라이칭더는 차이잉원보다 대만 독립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했다./베이징

-라이칭더는 임기 중에 차이잉원 현 총통보다 더 독립을 추구할까.

“그렇다. 대만이 이미 주권 독립 국가라고 주장하고 있고, 그의 과거 행적을 봐도 대만 독립의 길에서 돌아설 여지가 없다. 라이칭더의 정견(政見) 중에 ‘문화 기본법’ 제정이 있는데, 이에 대해 중국 본토는 대만 독립을 위한 입법 시도로 본다. 개헌은 어려우니 새 법을 만들어 대만 독립을 추진하려고 한다는 얘기다.”

-중국이 대만의 태도와 상관없이 내부적인 필요에 따라 대만을 침공할 수도 있지 않나. 2027년과 2035년이 자주 거론된다.

“Not impossible but unlikely(불가능하지 않지만, 가능성 낮다). 대만과 본토의 교류가 이어지고 있고, 양측의 민간 감정은 나쁘지 않다. 양안 교류로 모화(謀和·평화 모색)가 가능하다. 그러나 민진당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갈등 상황을 원한다.”

-중국이 너무 커졌으니 무력 충돌은 피하자고 하는 건가.

“중국 본토는 모든 면에서 대만의 몇 십 배, 심지어 그보다 더 크다. 이런 힘의 격차는 우리에게 불리하다. 그렇기에 무력으로 해결하기보다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중국과 대만이 통일해야 하나.

“중국인의 관념 속에 ‘분합(分合)’이 있다. ‘삼국연의(三國演義)’ 초반부에 ‘오랫동안 분리된 후엔 반드시 합쳐진다(分久必合)’라는 말이 나온다. 얼마나 오래 분리돼 있어야 하는지 물어볼 수 있는데 이 생명 주기는 아주 길다. 그렇기 때문에 하룻밤 새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하지 말고, 합(合)과 분(分)을 떠나 전쟁을 회피가 중요하다. 양안 통일에서 (다른 나라들에 의해 분열됐고 갑작스럽게 통일을 이뤘던) ‘독일 모델’은 전혀 적용 안 된다.”

-당신이 적극 중재했던 남백합(藍白合·국민당과 제2야당 민중당의 단일화. 두 당의 상징색을 합친 조어)은 왜 무산됐는가.

“누가 총통이 되고 누가 부총통이 될지 결론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까지 국민당은 ‘남백합’을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양당 후보가 각각 총통과 부총통 후보로 합치는 방식의 단일화 시도는 끝났다. 다만 연정(聯政)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나중에 행정원장(총리 격) 등 중요 직책 등을 내주는 방식으로 협력하면 되니 (국민당에 표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먼저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일 안보 협력이 크게 강화되고 있는데 대만에 대한 시사점은.

“한국과 대만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은 시작부터 국제 전쟁에 휘말렸던 나라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 요소’가 한국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미국이 주도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반면에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는 미국이 주도하고 싶어해도 양측의 전쟁에 개입했던 역사가 없기 때문에 역할에 한계가 있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대만해협 상황은 어떻게 요동칠까.

“양안 관계에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급진적인 관점과 강성 입장을 갖고 있다. 대만해협에서 어떠한 양보도 거부할 것이다. 그에 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예상 가능하다.”

-청년들의 관심이 양안 문제보다 민생으로 돌아선 모습이 관찰된다. 출산율도 매우 낮다.

“청년들의 관심 의제 변화는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다만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정치 상황과 직결된다. 내 총통 임기 때는 아무도 전쟁을 고려하지 않는 정상적이고 평화로운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 위험을 느끼니 누가 애를 낳겠느냐.”

-허우유이 후보가 당선되면 반도체 산업이 중국에 넘어간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지나치게 비관적 생각이다. 호혜적인 경제·무역 영역에서는 서로의 태도가 온화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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