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당선자인 라이칭더가 13일 타이페이에서 대선 승리 후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 당선자는 반중(反中) 성향이 강한 민진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대만 독립주의자’이다. 선거운동 기간 극단적인 반중 발언이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유화적인 표현을 쓰긴 했지만 총통 당선 이후에 ‘본성’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특히 라이칭더가 당선되면서 민진당은 대만이 직선제를 도입한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번(12년) 연속 집권에 성공한 당이 됐다. 이는 민진당의 반중 노선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라이칭더는 1959년 타이베이의 시골 해안 마을인 완리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두 살 때 탄광 폭발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랐다. 어려운 형편에도 수재(秀才) 소리를 들었던 그는 대만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공보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민진당에 입당한 뒤 1998년 입법위원(국회의원)이 돼 내리 4선을 했다. 2010년부터는 7년간 대만 서남부의 유서 깊은 도시 타이난 시장을 맡았다. 타이난 시장 때인 2012년엔 업무 수행차 차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 현장에서 직접 부상자를 구한 일로 ‘인의(仁醫)’라는 별명도 얻었다. 2016년 2월엔 타이난 일대에서 강진이 발생해 고층 빌딩이 대거 붕괴했을 때 구조와 현장 복구 작업에 적극 나서 주목받았다.

2017년 차이잉원 총통 1기 정부에서 행정원장(국무총리)에 올랐으나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국민당에 대패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2020년 대선 경선에서 차이 총통과 경합해 패배한 후 러닝메이트로 뛰었고, 차이 재선 후 부총통이 됐다. 지난해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주석(당 대표)에서 내려온 차이잉원에 이어 민진당 주석에 올랐다.

라이칭더의 가장 뚜렷한 색채는 역시 ‘반중·독립’이다. 그는 늘 대만은 주권 국가이고, 중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며 “대만을 제2의 홍콩, 제2의 티베트로 만들 순 없다”고 주장해 중국의 반발을 사 왔다. 중국 대륙과 다른 대만의 정체성을 강조해 타이난 시장 시절 중국식 병음(한자를 읽는 방식)을 거부하고, 대만식 통용병음을 쓰도록 조례를 제정했다. 그는 또 대만인의 단결을 강조하는 신(新)헌법 제정을 주장하고,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제도)식 통일을 비판해 왔다. 대선 후보로 선거가 가까워오면서 ‘독립’이라는 단어보다는 ‘현상 유지’를 주장하는 쪽으로 현실주의자로서의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최소한 차이 총통 수준의 대중 관계는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는 반중·친미라는 당의 성향에 더해 일본과의 관계도 매우 중시한다. 정치인이 된 뒤 일본을 여러 차례 찾아 대만과 일본의 연대를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 전인 2019년엔 5일간 일본을 방문해 노다 요시히코, 모리 요시로, 가이후 도시키 등 역대 총리들을 만나며 일본 정계와의 유대를 과시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선 대만이 미국·일본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는 연대를 강화할 것이란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