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장우웨 단장대 양안관계연구센터 주임이 타이베이 베이터우구(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타이베이=이벌찬 특파원
13일 밤 대만 타이베이에서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이 선거 승리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AP연합뉴스

미·중 패권 다툼의 상징이 된 대만에서 13일 친미(親美)·독립 성향 라이칭더가 총통에 당선되며 정권을 재창출했다. 이에 따라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세와 미중 관계, 세계 기술·무역·군사 지형이 영향 받게 됐다. 선거 이후 대만과 세계는 어떤 도전과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인지 현지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이 기사는 양안문제의 권위자인 장우웨(長五岳) 대만 단장대학 양얀관계연구센터 소장(主任) 인터뷰다.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이 승리한 이유는.

“구조적인 이유는 민진당의 선전이 아닌 야권 후보 단일화(남백합)의 실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만인의 60% 이상이 정권 교체를 원했지만, 야권이 분열된 이상 민진당의 승리가 예견됐다.”

-라이칭더 집권의 의미는 무엇인가.

“대만에서 최초로 부총통 출신이 총통에 오른 사례를 만들었고, 2000년 이후 천수이볜·마잉주·차이잉원으로 이어져 왔던 ‘8년 주기 정당 교체’의 관례를 깼다.”

-제3 정당 민중당이 선전한 이유는.

“민진당·국민당 양당에 불만이 큰 청년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국민당과 민중당의 총통 후보 단일화(藍白合) 무산도 이를 통한 지지 세력 통합 효과가 낮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본다. 민중당 지지층 가운데 다수인 지식인과 청년들은 후보 단일화했다고 국민당 지지로 돌아설 이들이 아니었다.”

2024년 1월 13일 대만 신베이시에서 대만 민중당 지지자들이 총통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의 예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로이터 뉴스1

-라이칭더 당선에 대한 중국 반응은 어떤가. 향후 대만에 대한 위협을 강화할까.

“중국은 선거 직후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즉각 행동에 나서라는 내부 여론에 직면할 것이고, 라이칭더를 지지하는 미국과 국제사회를 견제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3월 초 양회(兩會)와 대만 총통 취임일인 5월 20일 사이에 압박 조치를 대거 내놓을 것이다. 다만 전쟁이나 군사 충돌 가능성을 배제한 압박이다.”

-전쟁과 군사 충돌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이유는.

“미중 관계의 소통이 끊기지 않는 이상 양안관계는 통제불능 상태로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8년 차이잉원 집권 기간은 물론이고, 라이칭더 집권 후에도 미중관계가 양안관계를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이 소통하기만 하면 이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의 대만 문제에 대한 원칙을 봐도 직접적인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 중국은 라이칭더의 집권에 대비해 ‘신시대 대만 문제 관리 전략’을 짰는데, 이 전략은 중국이 양안관계의 주도권을 갖고, 조국 통일을 견지하는 동시에 대만 문제 해결을 국가 발전 단계와 결합해 국가 발전과 민족 부흥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대만을 향후 어떤 수단을 동원해 압박할 것인가.

“문공(文攻·말로 공격), 무하(武嚇·무력으로 협박), 경제 제재, 중국 내 입법 4가지 수단이 대표적이다. 대만에 대한 공개 비난 수위를 높이고, 대만해협에서 군사 행위를 늘리며, 대만에 대한 경제 혜택을 줄이고, 중국 입법 시스템 안에서 반(反)분열법 개정안 등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중국과의 FTA에 해당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의거한 대만 상품 관세 혜택을 완전히 없애는 등의 극단적 조치는 자제할 것이다. 대만과의 경제 교류 전면 차단으로 인한 영향력 약화를 바라지 않는다.”

-중국의 대만 압박 수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있나.

“올해 3월 4일과 5일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 주목해야 한다. 이때 시진핑이 대만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는지,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에서 대만을 겨냥한 입법 시도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실상 양회부터 본격적인 대만 압박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의 중국은 라이칭더를 어떻게 보는가.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공개 비난한 총통 후보가 라이칭더다. 그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없다는 의미다. 차이잉원 총통이 작년 4월 경유 방식으로 미국을 방문해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만났을 때보다 같은 해 8월 (당시 총통 후보였던) 라이칭더가 미국을 경유 방문했을 때 중공 대만 담당 기구의 비난 수위가 높았다. 또 라이칭더의 파트너(부총통) 샤오메이친은 중국의 ‘대만의 완고한 독립주의자’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만사무판공실은 지난해 4월 샤오메이친 당시 미국 주재 대만경제문화대표부 대표에 대해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 입국을 평생 금지하는 제재를 내렸다.)

13일 타이베이에서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과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인이 인사하고 있다./UPI 연합뉴스

-라이칭더 집권 후 양안관계 전망은.

“차이잉원 집권기보다 어려워질 것이다. 라이칭더가 향후 4년 또는 8년(연임 시) 동안 이끄는 대만 정부는 절대로 중국 지도부와 공식(官方) 대화를 할 수 없다. 중국의 대화 전제 조건은 대만 총통의 ‘92공식(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되 표현은 각자 알아서 하자는 1992년 합의)’ 지지인데 이를 라이칭더가 수용할 리 없다. 결국 미국을 중국과 대만 사이에 두고 3자 간에 오판을 막는 일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또 민진당은 ‘중국은 실력 있는 상대와 대화하니 결국 우리와 소통할 것’이란 착각을 하는데, 중국은 민진당의 실력을 대만 내 다른 당파와 비교하지 않고 중국 공산당(CCP)과 직접 비교해 판단한다. 중국 입장에서 실력 있는 상대란 미국 뿐이다.”

(민진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92공식의 의미가 ‘일국양제’로 바뀌었다고 보고,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 지도부는 92공식 토대 위에서만 양안 대화 재개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라이칭더가 차이잉원보다 급진적인 독립 주장을 펼칠 수 있을까.

“득표율 50%와 ‘국회 과반’을 달성하지 못한 ‘약한 총통’이기 때문에 급진적인 양안 정책을 펼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또한 민진당을 지지하지만 라이칭더의 대만 독립 성향을 우려한다. (라이칭더가 차이잉원보다 더한 독립주의자란 지적이 있지만) 현재로선 라이칭더가 차이잉원 노선을 충실하게 이어받았다고 봐야 한다. 차이잉원이 내세운 ‘중국과 대만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계속 유지할텐데 중국은 이를 대만 독립 노선으로 평가하고 금기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라이칭더는 당선 직후 중국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까.

“라이칭더는 선거 승리 연설 등에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말을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는 없으니 최대한 양안관계를 규정하는 표현을 피하지 않을까. ”

-민진당은 ‘92공식’ 거부 입장을 명확히 했는데, 이것 외에 양안관계를 악화시킬 다른 요인이 있는가.

“대만이 밟았을 때 즉각 군사 충돌로 이어지는 ‘레드라인’은 법리(法理)적 대만 독립 추진이다. 즉 대만 헌법 수정을 통한 중국과의 분리다. 그러나 레드라인만 밟지 않으면 중국도 ‘무력 침공’ 카드를 굳이 쓰지 않을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미래에 미국을 중국이 앞설 것이기에)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대만의 통일에 반대하는 정서가 주류인 상황에서) 대만에서 통일 여부를 결정짓는 공개 투표를 진행하거나 대만과 미국이 공식 외교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금기다.”

-대만이 레드라인을 밟은 적은 언제인가.

“중국은 대만 총통이 다른 나라를 방문하면서 미국을 경유하는 것은 과도하게 문제 삼지 않았지만, ‘정식 미국 방문’은 강도 높게 대응했다. 1995년 리덩후이 당시 대만 총통이 미국 코넬대를 방문하자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했다. 당시 중국의 GDP는 대만의 2.5배 수준이었는고 양측이 밀사를 두고 원활한 소통을 할 때인데도 그랬다. 지금은 중국 GDP가 대만의 22배다. 1995~1996년 대만해협 위기는 미국이 항공모함까지 보내 수습해야 할 만큼 심각했다.”

2023년 11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중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핀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을 언제 침공할 것이라고 보나.

“미국 정보기관 등이 추측하는 2027년, 2035년은 의미가 없다. 중국 지도부의 관점에서 봤을 때 대만이 ‘양국론’을 선언하거나, (중국을 대만의 일부로 규정한) 헌법을 수정하거나, 통일 찬반 투표에 들어가거나, 대만이 미국과의 공식 관계를 구축하려고 한다면 기다리지 않고 대만에 대해 군사적 수단을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없다면 중국 지도부는 느긋하게 (건국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 기다리며 미국에 대항할 수준으로 국력을 키울 것이다. 대만해협에 전쟁이 벌어지면 블룸버그 추산으로 10조 달러의 손실이 생기는데, 이는 코로나보다 더 큰 경제 충격이다.”

-작년에 윤석열 대통령의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변경에 반대’ 발언에 대해 중국이 크게 항의했다. 왜 이러나.

“중국이 대만해협 문제를 ‘하나의 중국’의 틀 안에서 보기 때문이다. 한국과 호주, EU(유럽연합) 등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버린 적이 없고, 자국의 경제·무역 이익과 직결된 대만해협 안정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인데도 중국은 이를 내부 사무에 대한 간섭이라고 규정하고 비난한다. 그러나 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와 대만해협에 대한 입장 발표는 별개로 봐야 하지 않나.”

-대만해협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갈 수록 강경해지는 것 같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대만해협 평화=대만 통일’이란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과 대화할 때도 ‘대만 독립’은 평화를 해치니 진짜 평화를 위해 통일을 지지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