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대통령) 당선인은 13일 당선 확정 뒤 가진 외신 기자회견의 상당 부분을 반도체 부문에 할애했다. “세계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완전한 산업 공급망을 형성하기 위해 재료 및 장비 연구·개발(R&D), 집적회로(IC) 설계·제조·패키징·테스트 분야 등에서 반도체 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차이잉원 현 총통의 반도체 주도 성장 전략을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대만은 자국 기업인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회사 TSMC를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라고 부를 정도로 반도체를 핵심 사업으로 간주해왔다. 라이칭더는 선거운동 초반이었던 지난해 10월 반도체 지원 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그는 “대만의 IC 설계 시장 점유율은 전 세계의 약 24%, 웨이퍼(반도체 원판) 제조 시장 점유율은 약 60%, 특히 고급 제조 공정의 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이라며 “미래에는 국제사회에서 대만 반도체 산업의 선도적인 위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하며, 이는 다른 과학기술 및 전통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발전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의 산업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앞서 민진당이 과반인 현 입법원(국회)은 지난해 1월 ‘산업 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반도체 기업의 연간 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기존 15%에서 25%로 올려주고, 첨단 장비 구입 비용의 5%에 대해서도 추가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에도 ‘반도체 칩 주도 대만 산업 혁신 방안’을 내놓고 대만 IC 설계 분야의 해외 시장 점유율을 20%대에서 40%대로 끌어올리고, 첨단 제조 공정 점유율도 80%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대만 정부는 향후 10년간 3000억대만달러(약 12조7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라이칭더의 새로운 반도체 지원책은 5월 20일 취임식을 전후해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전보다 강화된 지원책이 나올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전망이다. 대만 반도체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미 TSMC는 2022년 일본 구마모토현에 1공장을 건설해 올해 가동에 돌입하고, 2공장도 착공할 예정이다. 라이칭더는 일본 정계와 유대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