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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199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종영 이후에도 시청자들이 여운을 느끼기 위해 상하이로 몰려가는 등 ‘1990년대 노스탤지어(Nostalgia·향수)’ 현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이런 돌풍을 몰고 온 드라마는 최근 국영 CCTV에서 방영된 30부작 멜로드라마 ‘활짝 피는 꽃(繁花·번화)’이다. 중국 소설가 진유청의 2012년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9일까지 방영됐다. 열혈남아(1988)·중경삼림(1994)·화양연화(2000) 등의 작품으로 한국에도 친숙한 홍콩 영화감독 왕자웨이(왕가위)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다.

‘활짝 피는 꽃’은 199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주식 시장에 뛰어들어 백만장자가 된 남성 아바오의 젊은 시절 연애 이야기를 그렸다. 1990년 상하이증권거래소가 문을 열고, 4년 뒤에는 도시를 대표하는 마천루 동방명주탑이 완공되는 등 상하이가 세계 경제 중심 도시로 발전하던 시절이 배경으로 그려진다. 드라마는 이달 초 종영됐지만, 배경인 상하이는 드라마의 여운을 느끼려는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의 동선에 등장했던 식당과 호텔이 인기다. 드라마에 등장한 식당 관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드라마 이후 하루 수입이 16만위안(약 3000만원)으로 두 배쯤 늘었다”며 “코로나 이후 계속됐던 적자 행진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상하이 와이탄에 있는 페어몬트피스호텔은 작중 주인공이 묵었던 스위트룸 예약이 다음 달 말까지 꽉 찼다고 한다.

중국 드라마 ‘활짝 피는 꽃(繁花·번화)’ 한 장면/중국 CCTV

드라마 열풍에 대해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 서방 언론들은 “코로나 팬데믹 때 시진핑 정권의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중국 경제가 불경기에 돌입한 가운데, 세대를 불문하고 1990년대에 열광했다”며 “퇴근 뒤 드라마 시청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며 불경기로 인한 우울을 달랬다”고 분석했다. 1990년대 젊은 시절을 보낸 40대 이상 장년층은 활기 넘치던 고도 성장기에 대한 추억에 젖고, 30대 이하 젊은 층은 노력한 만큼 성과가 보장되던 1990년대에 대한 동경을 품게 됐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1996년 달력’이 중고 거래 업체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1996년은 올해와 같은 윤년으로, 당시 달력을 보며 1990년대를 추억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드라마 열풍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상하이시 당국자들의 모임에서 시민들과 상생할 정책 브랜드 개발을 논의하면서 ‘활짝 피는 꽃’이 네 번 언급됐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도 “드라마를 통해 상하이 상권을 발달시켜 국내 소비를 촉진하려는 것은 공산당 지도자들의 의도와도 맞아떨어진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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