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장관)이 26~27일 태국 방콕에서 만나 양국 관계와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 등을 논의한다. 미·중 정상의 외교 책사인 이들의 만남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 이후 두 달 만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남 강경 발언으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새로운 회동에서 왕이는 중·미 관계와 대만 문제 등에 관해 중국의 입장을 밝히고, 공동으로 관심 갖는 국제·지역 문제에 관해 미국 측과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했다. 왕이는 태국 외교장관 초청으로 태국을 방문했고 오는 29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백악관은 이번 회동이 양국의 전략적 소통을 유지하고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로 한 작년 11월 미·중 정상회담 합의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이틀간 회동을 통해 양안 문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홍해 항행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 직후의 만남이라 대만 문제가 집중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친미·독립 성향인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에 대한 중국의 대응에 미국이 주목하는 상황에서 회동이 성사됐다”고 했다.
핵심 교역 항로인 홍해의 위기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에 대한 미사일 도발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자 중국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란과 긴밀한 관계인 중국이 사태 수습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미국·영국 등의 후티 기지 공격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바 없으며 예멘의 영토 주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왕원빈 대변인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반드시 강조해야 할 것은 홍해 긴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가자지구 충돌에서 파생된 충돌이란 점이고, 급선무는 가자지구 전쟁의 조속한 수습”이라고 했다.
최근 김정은의 대남 강경 발언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북·러 무기 협력으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상황도 이번 회동에서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FT는 “설리번과 왕이가 미·중 관계 안정에 중요한 비공식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의 연장선에서 양국은 올해 고위급 회동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설리번과 왕이는 미·중 관계가 악화됐던 지난해 5월 오스트리아 빈과 지난해 9월 몰타에서도 회동했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오는 4월 10일 미 워싱턴DC를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공식 만찬 등을 갖는다고 일본 정부가 26일 밝혔다. 일본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은 2015년 4월 당시 아베 신조 총리 이후 9년 만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국제 사회가 여러 과제에 직면한 지금이야말로 일·미의 단단한 결속이 중요하다”며 “기시다 총리의 미국 공식 방문은 일·미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한층 심화하고 공고한 일·미 동맹을 세계에 보여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기시다 총리의 방문은 미·일 동맹 파트너십의 지속적인 강인함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안보) 공약, 글로벌 리더로서의 일본의 역할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미·일 정상회담에선 인도태평양 지역의 여러 위협과 도전에 대한 대응을 논의할 것”이며 “미국, 일본, 한국 3국의 협력도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