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7일 설리번·왕이 방콕 회동

26~27일 태국 방콕에서 만난 제이크 설리번(왼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오른쪽)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AFP 연합뉴스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장관)이 26~27일 태국 방콕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중·미 관계의 최대 도전은 대만 독립”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27일 밝혔다. 미·중 정상의 외교 책사인 이들의 만남은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회담 이후 두 달 만이다. 이달 들어 친미·독립 성향 민진당이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하고, 미국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양국이 갈등 관리를 위해 소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가 이날 공개한 회담 내용에 따르면 왕이는 대만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그는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고, 대만 지역 선거는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기본적 사실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해협 평화·안정의 최대 리스크는 ‘대만 독립’이고, 중·미 관계의 최대 도전 또한 ‘대만 독립’”이라면서 “미국은 반드시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연합공보(미·중 상호불간섭과 대만 무기수출 감축 등을 둘러싼 합의)를 굳건하게 지키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행동으로 나타내야 하며 중국의 평화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선거에서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가 당선되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과 미·중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왕이는 공급망·기술·무역 등 전방위로 가해지는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에 대해서도 항의했다. 그는 “각국은 각자의 안보 우려가 있지만, 이는 반드시 정당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면서 “과도한 정치화(泛政治化)와 안보화를 추진해서는 안 되고, 이를 이용해 다른 나라의 발전을 탄압해서는 더욱 안 된다”고 했다.

이날 회담에서 설리번과 왕이는 양국 긴장 완화를 위한 소통과 협력 확대에는 동의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양측은 중·미 정상 간 잦은 연락을 유지하고, 여러 분야에서 각계·각급의 교류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또 양국의 전략적인 소통 채널과 외교·군사·경제·금융·비즈니스·기후변화 등 영역의 대화·협력 채널을 잘 이용하기로 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국가 안보와 경제 활동의 경계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양국 협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양측은 미·중 마약 단속 워킹그룹을 근래에 출범하고, 올해 봄에 양국 인공지능(AI) 정부 대화 기구의 첫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회담에 대해 작년 11월 중·미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합의를 이행하고, 중·미 관계의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 위해 양측이 솔직하고, 실질적이고, 성과가 많은 전략적 소통을 했다고 평가했다.

회담 의제에 오를 지 관심을 모았던 한반도 문제는 논의됐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양측이 중동, 우크라이나, 한반도, 남중국해 등 국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혔다.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설리번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도발과 북·러 군사 협력에 우려를 표하며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