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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0일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항모가 7함대 사령부 관할인 서태평양 지역을 향해 항해하는 모습. /미 해군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당선되자 미 해군이 서태평양을 담당하는 7함대 사령부에 루스벨트호 항모전단을 전격 배치했습니다. 7함대에는 이미 칼빈슨호 항모와 레이건호 항모가 배치돼 있죠. 여기에 루스벨트호를 더한 트리플 항모 체제로 중국 견제에 나선 겁니다.

미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존핀호는 1월24일 대만 총통 선거 이후 처음으로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기도 했죠.

미국이 3개 항모전단을 배치한 데 대해 중국은 의외라는 반응입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인 중동 지역에는 불과 1개 항모전단(아이젠하워호)을 배치해둔 미국이 서태평양 지역에 3개 항모전단을 집중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거죠. 국영 CCTV 군사평론가인 쑹쭝핑은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중동에 1개 항모전단을 둔 상태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3개 항모전단을 배치한 건 미국 전략의 중점이 유럽, 중동이 아니라 아태 지역에 있다는 의미”면서 “미군의 관련 동향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어요.

◇“미 전략 핵심은 중동 아닌 아태 지역”

미 해군연구소가 운영하는 USNI뉴스는 1월22일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항모전단이 7함대에 배속된 사실을 짤막하게 보도했어요. 루스벨트호는 대만 총통 선거 이틀 전인 1월11일 샌디에이고 노스 아일랜드 해군기지를 출발해 서태평양 지역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선거 이후 대만해협에서 군사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고 조용히 항모전단을 파견한 거죠. 루스벨트호는 원래 태평양 동부를 관할하는 3함대 사령부 소속입니다.

미국이 서태평양 지역에 3개 항모전단을 배치한 건 처음은 아니지만 흔한 일은 아니죠. 2017년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했을 당시 레이건호와 루스벨트호, 니미츠호 항모 등 3개 항모전단이 동해에 들어와 한미연합훈련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선거 이후 대만해협 상황을 그만큼 위중하게 본다는 뜻이죠.

작년 10월 서태평양에 배치된 칼빈슨호 항모전단은 연초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우리나라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와 함께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을 했습니다. 지금은 남쪽으로 내려가 있어요. 작년 말까지 서태평양 순항 훈련을 했던 레이건호 항모전단은 일본 요코스카항에 정박 중입니다. 루스벨트호 항모전단은 태평양을 건너와 서태평양으로 진입했어요. 올해 말에는 레이건호 항모를 대신해 워싱턴호 항모가 서태평양에 배치된다고 합니다. 상당 기간 아태지역에 3개 핵 항모 체제를 유지한다는 거죠.

◇3개 국가 해군력 합친 규모

미국은 총 11개 항모전단 중 4개 항모전단을 운용하는데, 이 중 1개 전단만 중동에 두고 다른 3개 전단은 아태지역에 고정 배치를 하는 셈입니다. 국영 CCTV 군사평론가인 두원룽은 “한반도 상황에 대비해 항모를 보낸다는 건 명분일 뿐”이라며 “아태 지역에 3개 항모전단을 배치해 (중국에 대한) 새로운 위협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3개 항모전단의 위력은 대단하죠. 전투기와 헬기 등 함재기 숫자가 250대 이상으로 웬만한 나라의 공군력보다 규모가 큽니다. 수일 내에 적국 목표물 4000~5000개를 파괴할 수 있는 가공할만한 무장력을 갖고 있죠. 제공과 제해, 육상목표물 공격, 전자전, 대잠수함 작전 등을 모두 펼칠 수 있는 종합적인 전투 능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관영 신화통신은 2017년 우리나라 동해에 3개 미국 항모전단이 배치됐을 때 “3개 미들파워 국가의 해군력을 합친 정도”라고 썼어요.

중국 해군도 최근 규모가 크게 확대됐고, 둥펑-26과 둥펑-21 등 대함 탄도 미사일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는 군사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두 개 항모전단도 위협적인데 3개 항모전단이나 보내는 의도가 도대체 뭐냐” “중국을 아예 포위하고 봉쇄하겠다는 거냐”는 등의 말이 나와요.

중국판 X(트위터)인 위챗 공중채널에는 미국 3개 항모전단 배치 이유를 분석하는 글과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위챗

◇‘중국 포위, 봉쇄하려하나” 당혹

라이칭더 당선 이후 대만해협은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5월 총통 취임식 전까지 중국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대만을 압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선거 직후인 1월14일 스티븐 해들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을 대만에 보내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을 축하했습니다. 24일에는 미 하원 외교위 인도태평양소위 위원장인 아미 베라 의원(민주당)과 미 의회 대만 코커스 공동의장인 마리오 디애즈발라트 의원(공화당)이 이끄는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해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을 만났어요.

중국은 대규모 군사훈련 등으로 맞대응하진 않고 있지만 부글부글하는 분위기입니다. 대만을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의 스이 대변인은 1월25일 미 해군 구축함 존핀호의 대만해협 통과 훈련에 대한 논평에서 “최근 미군이 도발 행위의 빈도를 높이면서 악의적으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깨뜨리고 있다”며 “고도의 경계태세를 유지하면서 단호하게 국가의 주권과 안보를 지킬 것”이라고 했어요.

대만을 방문 중인 미 하원 아미 베라 의원(민주당)과 마리오 디애즈발라트 의원이 1월25일 총통부에서 차기 총통 당선인인 라이칭더와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인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베라 의원, 디애즈발라트 의원,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인.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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