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군이 보유한 브라모스 초음속 순항미사일. 인도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에 3개 포대 물량의 브라모스 미사일을 수출한다. /DDNational

압도적인 해군력으로 남중국해를 호령해온 중국이 복병을 만났습니다. 라이벌 인도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필리핀 등에 러시아와 합작으로 개발한 초음속 대함 순항미사일 브라모스를 공급하기 시작했어요.

최고 마하 3의 속도를 내는 브라모스 미사일은 저고도로 변칙 비행해 요격이 쉽지 않고, 목표물을 오차 범위 1m 이내로 타격하는 정밀도를 갖고 있습니다. 한발만 명중해도 배수량 4000~6000t급의 중국 구축함들이 전투력을 상실할 수 있는 ‘비수’ 같은 무기이죠.

중국은 지난 수년간 파키스탄, 미얀마 등지의 항구 소유권을 확보하는 등 해군 활동 범위를 인도양으로 넓혀왔습니다. 인도의 앙숙인 파키스탄에 자국산 전투기를 수출하고 ‘스파이 선박’으로 불리는 해양탐사선을 인도양에 보내는 등으로 인도를 자극해왔죠. 필리핀에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공급하는 건 여기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보입니다.

◇마하3 속도로 저공 비행...포착·요격 어렵다

인도 국방연구개발기구(DRDO)는 1월25일 “필리핀과 공급 계약을 맺은 브라모스 미사일 선적이 10일 내로 시작될 예정이며 3월에는 필리핀에 도착할 것”이라고 발표했어요. 필리핀은 2022년1월 인도와 러시아의 합작 기업인 브라모스 에어로스페이스와 브라모스 미사일 3개 포대를 3억7500만 달러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에 따른 첫 물량이 공급되는 거죠.

다만 시기가 묘했습니다. 중국과 필리핀은 작년부터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일대 영유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죠. 중국 국방부 우첸 대변인은 1월25일 스프래틀리 군도 일대의 필리핀군 전초 기지 건설과 관련해 “필리핀이 계속 자기 고집대로 하면 중국은 단호하게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바로 그날 인도가 브라모스 미사일 선적 사실을 전격적으로 공개했어요.

필리핀의 해군력은 중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해군 함정을 공격할 미사일도 대전차 미사일을 개조해 만든 최대 사거리 6㎞의 스파이크 미사일 정도밖에 없다고 하죠. 이번에 필리핀에 공급되는 브라모스는 이런 기존 미사일과 비교할 수 없는 첨단 무기입니다. 필리핀 내에서 “초음속 시대를 연 미사일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와요.

브라모스는 러시아 해군의 초음속 대함 미사일 P-800 오닉스를 개량해 만든 미사일로 2005년에 실전 배치됐습니다. 램제트엔진을 장착해 최고 마하 3의 속도를 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음속 순항미사일로 꼽히죠. 사거리는 최대 290㎞로, 저고도로 날아가 레이더 포착과 요격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관성항법장치와 위성항법장치, 능동 레이더 종말유도장치 등을 갖춰 전자파 교란을 피해 목표물을 1m 오차 범위 내로 타격할 수 있다고 하죠.

그래픽=양인성

◇“필리핀에 비수 건넸다” 당황

인도군은 브라모스를 지상발사용, 함정발사용, 전투기 발사용 등으로 다양하게 개발해 주력 미사일로 사용합니다. 중국과 국경 분쟁을 벌이는 남티베트 일대에도 대거 배치했죠. 최고 마하 8의 속도를 내는 극초음속 미사일 브라모스-2도 개발 중입니다. 브라모스 1기의 단가가 350만 달러이고, 총 계약규모가 3억7500만 달러인 걸 감안하면 필리핀이 수십기의 브라모스를 확보할 것으로 보여요.

인도는 작년 12월 중순 스텔스 기능을 보유한 대잠수함 작전 호위함 카드마트(배수량 3300t)를 남중국해로 보내 필리핀 해군 라몬 알카라즈호와 합동 훈련을 하기도 했습니다.

필리핀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도 브라모스 미사일 구매를 추진 중이에요. 인도네시아는 이미 인도와 협상이 끝났다고 하고, 베트남은 담판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베트남은 3~5개 포대 규모의 브라모스 미사일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해요.

중국 해군에 비해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동남아 국가들에 브라모스는 유력한 비대칭 전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사일 하나로 해군력 격차가 단기간에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남중국해로 진출하는 중국 해군 함정은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를 브라모스 미사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겠죠. 중국 포털사이트 왕이는 “인도가 필리핀에 비수를 건넸다”고 썼습니다.

작년 12월 중순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에서 인도 해군 호위함 카드마트호(앞)이 필리핀 해군 라몬 알카라즈호와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 /India Sentinels

◇“인도양 왜 넘보나” 화끈한 보복

인도의 브라모스 수출은 일거양득의 효과를 겨냥하고 있어요. 브라모스 수출을 통해 방위산업 강국으로 부상하는 한편, 인도양을 집적거리는 중국도 견제하겠다는 것입니다.

필리핀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자 동맹국인 미국, 일본, 호주 등은 그동안 다양한 형태로 필리핀을 지원해왔죠. 첨단 레이더, 무인기, 수송기 등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눈치를 보느라 치명적인 타격을 줄 만한 무기를 공급하지는 않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인도가 ‘독침’ 역할을 할 초음속 미사일을 공급하고 나선 겁니다. 중국이 인도양을 넘보자 남중국해 분쟁 개입으로 맞불을 놓은 거죠.

중국 내에서도 인도가 단순한 방산 수출 차원을 넘어 대중 보복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제해권을 장악한 말라카 해협을 피해 중동산 석유를 들여올 루트로 인도양을 적극 공략해 왔죠. 파키스탄 과다르항, 스리랑카 함반토타항 운영권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미얀마 차우크퓨항 개발도 시작했습니다.

또 해양탐사선을 보내 인도양 해저 지형 탐사도 진행 중입니다. 자국 잠수함 배치를 위한 사전 작업이죠. 인도가 중국 해양탐사선의 스리랑카, 몰디브 기항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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