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14년 4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로나 이후 중국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 물가까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8%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6%) 및 로이터 전망치(-0.5%)보다 하락 폭이 훨씬 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월별 물가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9월 이후 전년 동기 대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면서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투자자 믿음을 되돌리는 데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식품 물가가 5.9%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돼지고기(-17%), 채소(-13%) 등이 특히 많이 내려갔다. 식품 외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소폭(0.4%) 상승했다. 국가통계국은 CPI 하락 원인에 대해 “지난해 1월 (소비가 왕성한) 춘제(중국 설) 연휴가 있었기 때문에 비교 기준치가 높았다”고 밝혔다. 올해 춘제는 2월이다.
중국의 CPI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4개월 연속 하락’이란 기록도 세웠다. 지난해 7월 0.3% 하락하며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이후 8월엔 0.1% 상승했고 9월엔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10월부터 3개월 동안 각각 0.2%, 0.5%, 0.3% 내려갔고 1월 들어 하락 폭이 더 커졌다.
이날 함께 발표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 또한 전년 동기 대비 2.5% 하락했다. PPI는 2022년 10월 1.3% 하락을 기록한 뒤 1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는 생산자 물가의 하락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급격히 떨어진 데다 생산자 물가 하락도 장기간 지속되면서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증가, 소비 부진 등으로 4%대에 머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경제 살리기에 팔을 걷어 붙였지만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5일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해 1조위안(약 188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사실상의 기준 금리인 1년 만기 대출 우대금리(LPR)를 조만간 인하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중국 산업 ‘체력’의 지표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50(기준치) 아래로 떨어지면서 경기 수축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PMI는 50 위면 경기 확장, 아래면 수축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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