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딸을 목말 태운 아버지-12일 베이징에서 부녀가 '용춤' 공연을 보고 있다./AFP 연합뉴스

“룽바오바오(龍寶寶·드래건 베이비)를 갖고 싶었는데 망설여지네요.”

중국에서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과 신혼 부부들이 요즘 소셜미디어에 토로하는 속마음은 이렇다. 올해 중국에서 두 가지 미신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24절기 중 봄이 시작하는 ‘입춘’이 음력 해의 첫날인 설보다 빠르면 과부의 해(寡婦年)라고 부른다. 풍요와 탄생을 의미하는 봄이 빠진 해는 결혼이나 출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올해가 과부의 해에 해당한다.중국에서는 이 해에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불운하다는 인식이 있다. 또 과부의 해에 태어난 아이는 몸이 약하다는 속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상서로운 용의 해에 태어난 룽바오바오는 좋은 팔자와 뛰어난 두뇌를 갖는다는 믿음도 존재한다. 비혼과 저출산 문제로 고민하는 중국 당국은 ‘과부의 해’는 비과학적인 주장이라고 홍보하며 결혼을 부추기는 한편, 룽바오바오 출산은 독려하고 있다.

중국 민정부(행정안전부 격)는 최근 홈페이지 시민 의견란을 통해 ‘과부의 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민정부 시민 의견란에는 “민정부가 ‘과부의 해’라는 비이성적 믿음에 대응해 목소리를 내라”는 글이 올라 왔다. 이에 대해 민정부는 지난달 22일 이례적으로 “제기한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답글을 달았다. 중국 국영 CCTV는 “입춘이 없는 음력 해는 드물지 않다”면서 전문가 인터뷰까지 동원해 과부의 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실제로 웨이보에는 “결혼 준비를 끝냈는데 갑자기 예비 시부모님이 올해는 아파트를 사줄 수 없다는 엄포를 놓으셨다” “작년에 결혼해 내년에 출산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중국 입장에선 올해 어떻게든 혼인율과 출산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혼인 건수는 10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2013년 1347만건에서 2022년 683만 건으로 반 토막 났다. 작년에 중국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902만명으로 2016년(1786만명)의 절반가량이다. 신생아 수는 2년 연속 1000만명을 하회했다.

룽바오바오를 원하는 부모들이 많아 중국의 출산율이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4일 중국의 임신·출산 커뮤니티인 ‘마마바오바오’에는 ‘룽바오바오 출산 가이드’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글은 “알다시피 용의 해에 태어난 아이는 부유한 데다 성격까지 좋아 효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4월 28일 전에는 꼭 임신에 성공하길 기원한다”고 했다. 4월 28일이라는 날짜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때까지는 임신이 돼야 용띠 해가 가기 전에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용의 해가 돌아오는 12년마다 출생률이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인구통계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왕펑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용의 해에 출생률이 더 높았지만, 지금은 중국 경제 전망이 어둡고 청년들이 힘든 상황이라 출생률 반등이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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