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대폭 인하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인민은행은 5년물 LPR을 연 4.20%에서 3.95%로 0.25%포인트 내리고, 1년물 LPR은 연 3.45%로 동결했다. 인민은행의 LPR 인하는 작년 8월 1년물 LPR을 연 3.55%에서 연 3.45%로 0.1%포인트 인하한 이후 6개월 만이다.
LPR은 18개 중국 시중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상 대출금리 평균치를 뜻하는데, 인민은행이 통화정책과 각종 창구 지도를 통해 LPR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실상 기준금리로 통한다. 1년물은 신용·기업대출 등 일반 단기 대출 상품 금리에, 5년물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영향을 준다. 특히 5년물은 개인 주택담보 대출과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어 금리 인하 시 중장기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가 있다. 최근 인민은행 산하 경제지 금융시보는 “5년 만기 LPR를 내리면 시장 신뢰가 안정되고,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며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1년물 LPR은 위안화 가치 하락과 이에 따른 자본 유출을 우려해 중국 당국이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2위 경제 중국은 금리를 낮춰서라도 경기 부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발표된 중국의 1월 소비자 물가는 14년 4개월만에 가장 큰 폭인 0.8% 하락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 또한 1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코로나 이후 중국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 물가까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진 것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의 부실도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작년 중국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과 비교해 9.6% 줄었고, 분양 주택 판매 면적과 금액도 각각 8.5%·6.5% 감소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를 탈출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증시에서 145억위안(약 2조7000억원)이 빠져 나가는 등 6개월 연속으로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됐다. 급증한 지방정부 부채도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결국 중국 정부가 가장 확실한 경제 위기 대응책인 ‘금리 인하’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 지도부는 다음 달 초 열리는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5% 수준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즉각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5일 중국 당국은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1조위안(185조원)을 시장에 주입하는 등 유동성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유은행들은 정부의 주문에 따라 적격 부동산 사업에 대해 최소 600억위안(약 11조115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