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만 보던 ‘태양아파트’를 드디어 가까이서 봤다. 달의 뒷면을 본 듯하다.”
중국의 대북 사업가들이 지난 1·2월 북한 신의주를 방문해 찍은 영상들이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 일제히 올라왔다. 가장 주목받은 영상은 중국 단둥과 마주보는 신의주 압록강변의 태양아파트를 버스 안에서 찍은 것이다. 이 건물은 단둥의 대표 관광지인 압록강단교(斷橋) 일대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보는 북한 건물이라 ‘타이양러우(태양루)’라고 불릴 만큼 유명하다.
2020년 8월 준공된 태양아파트는 3개 동의 가운데 건물을 원(圓) 모양으로 지었다. 김일성을 상징하는 태양을 형상화했다고 알려졌다. 북한 노동신문은 준공 당시 이 건물을 “25층 고층 살림집(아파트)”이라고 소개하며 “과학자, 교육자들을 위한 새 집들이가 있었다”고 했다. 이 건물은 코로나 기간에 완공됐기에 북한 방문이 자유로운 중국의 대북 사업가들도 올해 들어서야 가까이서 건물을 보게 됐다.
영상에 담긴 건물은 주거 공간이라기보다 마치 전시품 같은 모습이었다. 건물 상단에 붙어 있는 ‘일심단결’이란 선전 문구는 물론이고 건물 전체에 페인트칠이 벗겨진 흔적이 없을 만큼 관리에 힘쓴 흔적이 역력했다. 1층에는 약국, 찻집(카페), 종합상점(수퍼마켓), 식당 등의 간판이 보였지만 행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건물 인근에 주차된 차도 거의 없었다. 서로 다른 시기에 찍힌 여러 영상에서 건물 앞 넓은 공터에 한두 대의 차량만 멈춰선 모습이 보였다.
북한 소식통은 “태양아파트는 실제 주민이 거주하기보다는 중국 쪽을 향한 선전용 건물의 의미가 클 것”이라면서 “단순 살림집이 아니라 중국으로 파견하는 북한 인력을 교육하고 신체검사를 진행하는 장소로 쓰일 수도 있다”고 했다. 단둥에서는 2018년 중국을 처음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층 건물이 들어선 단둥과 단층 건물 위주인 신의주를 비교하면서 압록강변에 고층 아파트 건설을 지시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실제로 이후 5년여 동안 신의주 압록강변 일대에 고층 건물이 빠르게 들어섰다. 이달 신의주를 방문한 한 북한 사업가는 더우인(중국판 틱톡)에 “북한 측에서는 스마트폰 영상을 검열했지만, 고층 건물들을 찍은 영상은 삭제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