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쟁과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악화 속에 중국 국방비가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했다. 중국 재정부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에 보고한 올해 정부 예산안에서 국방비 지출을 지난해 대비 7.2% 늘어난 1조6655억위안(약 308조원)으로 정했다. 중국의 국방 예산 증가율은 2020년 6.6%, 2021년 6.8%, 2022년 7.1%, 지난해 7.2%로 상승했고, 지난해 기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국방비 1조5537억위안(약 290조원)을 지출했다. 올해 국방 예산 증가율이 작년과 같지만, 예년과 비교했을 때 증가 폭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 ‘2027년 건군 100주년 분투 목표’를 세운 이후 군사력 강화와 국방 기술 고도화를 위해 관련 예산을 빠르게 늘려왔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안보 우려가 커지고, 대만 통일을 위한 군사력 증강의 필요성이 커지자 국방력 강화에 집중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중국의 위기 의식을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대인 국방 예산을 장기적으로 2%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중국 정부의 대만 입장은 과거와 달리 ‘혈연’ ‘평화’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추세다. 고(故) 리커창 전 총리의 지난해 정부 업무보고에서 나왔던 ‘조국 평화 통일 과정’이란 표현이 이날 리창 총리의 업무보고에서는 “조국 통일 대업”으로 대체됐다. 또 양안이 ‘피로 연결됐다(血脈相連)’는 우호적인 표현도 올해는 사라졌다. 이 같은 변화는 오는 5월 반중·독립 성향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을 앞두고 대만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리 총리는 “대만 독립·분열과 외부 간섭을 결연하게 반대하며, 양안 관계의 평화 발전과 조국 통일 대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