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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출석한 시진핑 주석과 리창 총리. /AFP 연합뉴스

프랑스 유력 시사주간지 ‘르푸앙(Le Point)’이 2월21일 ‘중국은 지금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압력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 온 고위층 소식통으로부터 들은 중국과 공산당 내부 분위기를 전하는 내용이었어요. 시진핑 주석 1인 지배체제에 대한 불신과 회의, 심각한 경제난, 고위층 자녀의 중국 이탈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기사를 쓴 기자는 개혁개방 초기인 1984년부터 1989년까지 5년간 프랑스 AFP 통신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장 피에르 도네(71)라는 원로 언론인이에요. 도쿄 특파원(1993~1998년), 바르샤바 지국장 등을 거쳐 AFP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스트라스부르대 정치학 박사로, 파리에 있는 국립동양언어문화대학(INALCO)을 졸업한 중국 전문가이죠.

그는 중국어와 일본어가 모두 능통한데, 최근 프랑스에 온 한 중국 여성을 만났다고 합니다. 공산당 최고위급 인사와 접촉이 가능한 인물이라고 해요. 도네는 이 인물이 최근 중국 상황에 대해 전한 발언을 정리해 기사를 썼습니다.

◇‘시진핑 회의론’ 고조

올해는 용의 해이죠. 도네는 “아시아에서 용은 행운을 상징하는 동물이지만 전쟁이나 정변, 극단적인 폭력사태 같은 예상하지 못한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말로 글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반부패를 명분으로 한 강도 높은 정적 숙청을 계속하면서 중국의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고 썼어요. 독단적인 권력 행사 속에 심각한 실수가 잇따르면서 국민 사이에 시 주석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된다는 겁니다. 소식통은 그에게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고 신뢰가 사라졌다”고 전했다고 해요.

가장 큰 문제는 지방정부의 재정난입니다. 공무원의 20%가량이 월급을 제때 못 받을 정도라고 해요. 수도 베이징은 문제가 없지만, 저장성 원저우나 쓰촨성 등 지방은 상황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급하지도 않은 인프라 구축에 돈을 쏟아붓는 바람에 부채가 산더미처럼 쌓이면서 지방 재정이 고갈됐다는 거죠. 그중에서도 공립병원 상황이 특히 어려운데, 상하이 지역 공립병원 의사의 월급이 120유로(약 17만4000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작년 하반기에도 톈진시가 청소부, 공공버스 기사 등에게 월급을 못 줘 지역 큰 사찰에 돈을 빌려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문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나온 적이 있었어요.

2월21일 프랑스 시사주간지 르푸앙에 게재된 원로 언론인 장 피에르 도네의 기사. /르푸앙

◇“최고위층 자녀도 줄줄이 중국 떠나”

공산당 내부는 무기력한 분위기라고 합니다. 이 소식통은 “모두가 불만이지만 침묵하고 있다”면서 “고위 간부조차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카드놀이로 시간을 때운다”고 했어요. 부부장(차관)급 이상 최고위층 자녀는 이미 중국을 떠났거나 떠날 준비를 한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태자당’으로 불리는 당 고위층 자녀도 체제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고 해요. 돈 많은 부자는 은행을 불신해 은행에 돈을 넣지 않는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2022년 가을 ‘제로 코로나’라는 강도 높은 방역정책에 반발해 베이징, 상하이 등 전국 20여개 도시에서 거리시위와 백지시위가 일어났죠. 이 소식통은 “지금도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몰라 모두 걱정한다”면서 “길거리 청소부, 택시기사부터 최고위 권력층까지 모두 이런 분위기를 느끼는데, 지난 30년간 보지 못했던 일”이라고 했습니다.

시 주석에 대한 평가는 냉혹했어요. 이 소식통은 “시진핑은 문화대혁명 때 다른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농촌으로 하방돼 고등교육을 받지 못했다”면서 “마오쩌둥처럼 중국 고대사에서 어떻게 권력을 탈취하고 유지하는지만 배워 이 분야는 매우 강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리창 총리를 비롯해 시진핑 정부 장관 대부분도 교육 수준이 낮다”면서 “이 또한 마오쩌둥 이후로는 볼 수 없었던 일”이라고 했어요.

2022년 11월27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 추모 집회가 끝난 후 참석자들이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에 항의하는 백지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정치·경제, 문화대혁명 시대로 회귀

작년 실제 경제성장률도 3% 이하로 1960년대 문화대혁명 당시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했습니다. 중국 당국의 공식발표(5.2%)와 큰 차이가 있다는 거죠. 고위 재정당국자로부터 “정부 파산을 선포해야 할 정도로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이 소식통은 “문화대혁명 당시 구호가 ‘중국이 곧 미국을 추월한다’는 것이었는데, 지금이 꼭 같은 상황”이라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는 황제가 권력을 독점하면서 연출하는 한 편의 연극을 보고 있는 셈”이라고 했어요. “시 주석이 이미 현실감각을 상실했으며, 주변을 에워싼 추종자들이 진상을 숨기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시 주석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 ‘동승서강(東昇西降·중국은 떠오르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진다)’이라는 정치 구호를 들고 나왔죠.

다만, 이 소식통은 “중국이 곧 폭발할 압력솥 같은 상태”라면서도 권력 전복을 위한 폭력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작게 봤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달려가다 보니 구심점이 없다는 거죠. 그러면서 “중국이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는 데는 20~30년의 세월이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AFP 통신 베이징 특파원, 편집국장을 지낸 프랑스 원로 언론인 장 피에르 도네. /X(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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