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 기업인들과 함께 한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베이징을 방문한 미국 재계 거물들과 만나 중국과의 경제 교류 확대를 당부했다. 시진핑과 미국 재계 인사들의 대면 만남은 작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계기로 마련한 샌프란시스코 회동 이후 처음이다. 미·중 경쟁이 장기화하고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시진핑이 직접 미국 재계 인사들을 달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국영 CCTV에 따르면 시진핑은 이날 오전 11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미국 재계·학계 대표단과의 회동에서 “양국 각계 인사가 자주 왕래하고 자주 교류하여 합의점[共識]을 쌓아야 한다”면서 “중국과 미국이 교류·협력을 지나 어우러지는[交融] 단계에 이르면 ‘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다(你中有我, 我中有你)’가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

회동에 참석한 미국 재계·학계 대표단은 지난 24~25일 베이징에서 열린 연례 중국발전고위층포럼(CDF)을 위해 방중(訪中)한 이들이다. CDF 공동의장을 맡은 보험사 처브의 에반 그린버그 최고경영자(CEO), 미중관계전국위원회의 스티븐 올린스 회장, 미중기업협의회의 크레이그 앨런 회장,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의 스티브 슈워츠먼 회장,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CEO, 라즈 수브라마니암 페덱스 CEO 등이 참석했다. 회동 자리에서 슈워츠먼의 명패에는 그의 중국어 이름인 ‘수스민(蘇世民)’이 적혀 있었다. 이번 회동 일정은 막판에 확정됐기 때문에 일부 기업인들은 출국 시간까지 급하게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팀 쿡 애플 CEO는 CCTV가 공개한 회동 영상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 회동은 대(對)중국 외국인 투자 규모가 199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이뤄졌다. 중국 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들의 대중국 직접투자 금액은 330억달러로, 1년 전보다 82% 감소했다. AFP통신은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 기업들은 지적 재산권 침해와 중국 기업 우대 관례, 과도한 국가 안보 정책 등으로 불만이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25일 폐막한 CDF에서는 중국의 이인자 리창 총리가 관례적으로 해왔던 참석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갖지 않았다. 시진핑이 경제 분야에서 전면에 나서면서 총리의 경제 사령탑 역할이 축소됐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