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앙군사위 고위급 인사들이 국방대학을 방문했을 당시 시 주석을 수행한 류야저우 당시 국방대 정치위원(앞줄 왼쪽). /중국군망

3월말 리셴녠 전 국가주석의 사위인 류야저우(劉亞洲·72) 전 공군 상장(대장)이 종신형에 처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화권이 술렁입니다.

그는 저명한 작가이자 군사이론가로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와 고위급 자제로 구성된 정치세력)은 물론, 군부 내에서도 영향력이 큰 인물이죠. 같은 태자당인 시진핑 주석의 집권을 도왔고, 그의 군에 대한 반부패 숙청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이런 인물이 숙청을 당했다는 건 시 주석의 1인 집권체제를 둘러싸고 태자당 내에서도 이견과 갈등이 적잖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와요. 류야저우는 시 주석이 공언한 대만 무력 침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1인 집권 체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습니다.

◇중국선 일절 보도 안 나와

미국의소리(VOA)는 3월23일 정치학자이자 민권운동가인 왕쥔타오 박사의 말을 인용해 “류야저우가 작년 말 종신형에 처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왕 박사는 “류야저우의 친척들에게 물어보니 ‘이미 사건 처리가 끝났다. 평생 감옥에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어요. 류야저우는 리셴녠기금회 등의 자금을 횡령하고, 다수의 정부를 두는 등 문란한 사생활을 한 혐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류야저우는 2021년 말부터 소식이 끊겨 그동안 숙청설이 계속 제기됐죠. 작년 초 홍콩 매체에서 “군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사형집행유예형을 선고받게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왕쥔타오 박사는 1989년 천안문사태로 투옥됐다가 병보석으로 풀려나자 미국으로 망명한 인물이에요. 베이징대 출신으로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을 거쳐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류야저우의 둘째 동생인 류야웨이는 미국 카터센터 중국프로젝트 선임고문으로 있는데, VOA의 확인 요청에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취재를 거부했다고 해요.

중국 내에서도 류야저우에 대해서는 일절 보도가 나오지 않습니다. 전 국가주석 사위의 종신형 소식이 불러올 정치적 파장을 우려하는 것이겠죠.

류야저우 전 공군 상장 숙청 소식을 전한 미국의소리(VOA) 중국어판 3월23일 보도. /VOA

◇국방대 정치위원 지낸 군부 태자당

류야저우는 1952년생으로 시 주석보다 한살 위입니다. 6·25 전쟁에 참전한 경력이 있는 류젠더 장군의 장남이에요. 문화대혁명 때 육군에 입대해 분대장, 소대장 등으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우한대학 외국어과(영문 전공)를 졸업하고 중국민항국에서 일하다 다시 공군에 입대했는데, 우한대 재학 시절 리셴녠 전 주석의 막내딸 리샤오린(전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을 만나 결혼했죠.

1986년에는 방문학자로 미국 스탠퍼드대에 1년간 체류했습니다. 르포문학과 소설 등에 걸쳐 적잖은 작품을 쓴 작가로, 중국작가협회 이사 경력도 있어요. 군사이론에도 밝아 화제가 된 논문을 다수 집필했습니다.

군 내에서는 청두군구 공군 정치위원, 인민해방군 공군부 정치위원을 거쳐 2009년 국방대 정치위원을 지냈어요. 중국군 정치위원은 군내 공산당을 대표하는 직책으로 기관장과 동급의 위상을 갖습니다. 2012년 중국군 최고 계급인 상장으로 진급했어요.

현역 작가인 그는 생각이 자유분방하고 발언이 직설적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공산당 체제에 대한 충성을 표명하면서도 미국식 민주주의와 법치를 높이 평가했어요. 군사이론가로서는 치밀하고 논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2013년 7월 방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하는 리샤오린 당시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 리 회장은 리셴녠 전 국가주석의 딸로 류야저우 전 공군 상장과 결혼했다. /연합뉴스

◇“대만 침공 어렵다” 반대 입장

중화권에서는 류야저우 숙청의 가장 큰 요인으로 대만 침공 반대를 꼽아요. 그는 2004년 ‘진먼(金門)전투검토’라는 논문을 썼는데, 여기서 대만 침공 불가론을 제기했습니다.

진먼전투는 국공내전 막바지인 1949년 10월에 있었어요. 중공군 3개 연대 9000명의 병력이 국민당 군이 주둔 중인 푸젠성 앞바다 진먼도에 상륙작전을 감행했다가 전멸한 전투죠. 류야저우는 상륙작전 경험이 없는 중공군이 상대를 경시하고 무리하게 작전을 감행했다가 치명적 패배를 당했다는 걸 구체적인 사실을 근거로 논증했습니다.

그는 “군 내에서는 아침에 공격을 시작하면 저녁이면 대만을 점령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허황한 소리”라면서 “대만은 진먼보다 훨씬 큰 섬으로 공략하기가 1만배나 더 어렵다”고 썼어요. 또 “대만 뿐 아니라 서방 국가들이 대만을 지키고 있다”면서 “하늘에는 위성이, 땅에서는 레이더가 중국군을 감시하는데 속전속결이 가능한가”하고 반문했습니다.

상륙 가능한 해안선이 많지 않고, 해안선을 따라 요새화된 진지가 즐비한 대만을 공격하려면 중국군의 역량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져야 한다고 했어요.

류야저우 전 공군 상장이 2004년 집필한 '진먼전투검토' 논문. /RFI

◇“수령 필요 없다” 1인 지배체제도 비판

1인 지배체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습니다. 2016년에 쓴 ‘인민은 더 이상 위대한 수령이 필요하지 않다’는 글에서 “한국과 북한을 보면 위대한 수령이 이끈 결과가 어떤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면서 “수령이 위대할수록 인민은 미미한 존재가 되고, 법치가 무너지며, 수령이 나라를 구하는 스타가 아니라 재난의 별이 될 것”이라고 썼어요. 당시는 시 주석에게 ‘핵심’ 칭호를 부여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장기집권론이 거론되던 시점이었습니다.

시 주석의 군부 숙청은 집권 초기엔 궈보슝, 쉬차이허우 군사위 부주석 등 장쩌민 전 주석의 심복을 대상으로 했고, 이후에는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 승진한 인사들이 숙청을 당했죠.

류야저우를 중심으로 1인 집권 체제에 대한 비판 기류가 형성되자 이번에는 같은 태자당 출신 군부 인사에도 숙청의 칼날을 들이댄 것으로 보입니다.

류야저우 전 공군 상장이 2016년4월에 발표한 '인민은 더이상 위대한 수령이 필요하지 않다'는 글. 작년 봄 뉴욕에서 발행되는 계간지 당대중국평론에 게재됐다. /당대중국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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