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3일 발생한 강진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직원들을 대피시키며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됐다. TSMC를 비롯해 세계 5위 파운드리 기업인 UMC와 세계 1위 반도체 패키징 업체인 ASE 등을 보유한 대만이 지진 피해를 입으면서 세계의 반도체 공급에 미칠 영향도 주목되고 있다.
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니나 가오(Nina Kao) TSMC 대변인은 “애플과 엔비디아에 반도체 칩을 납품하는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으로 세계 파운드리 시장 과반(57.9%)을 점유하는 TSMC의 첨단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생산라인은 진동에 취약하기 때문에 한 번의 지진으로 정밀하게 만들어진 생산라인 전체가 파괴될 수 있다”고 했다. TSMC의 맞춤형 반도체 칩은 인공지능(AI)·스마트폰·자율자동차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대만 현지에서는 지진으로 인한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대만 방송사들은 지진으로 건물 두 채가 무너졌고, 화롄 지역의 한 5층 건물이 기울어졌다고 전했다. X(옛 트위터)에는 건물이 무너져 주차된 오토바이들이 깔려 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 등이 올라왔다. 로이터통신은 “강진으로 타이베이에서도 강한 진동이 느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가 나갔다”고 전했다.
지진은 이날 오전 7시 58분쯤 대만 화롄 앞바다에서 발생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당초 지진의 규모를 7.3으로 밝혔다가 7.4로 수정했다. 진원의 깊이는 20km로 관측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도 규모를 7.4라고 밝혔지만, 진원의 깊이는 34.8㎞라고 전했다. 일본과 중국 기상 당국은 각각 규모 7.5, 규모 7.3으로 관측했다.
대만 당국은 규모가 7.2라면서 1999년 9월 규모 7.6의 난터우현 지진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2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날 우치엔푸 대만 타이베이 지진학센터 소장은 “25년만에 가장 강한 이번 지진의 특징은 육지에서 가깝고 깊이가 얕다는 것”이라며 “대만 전역과 연안 섬에서도 진동이 느껴졌을 정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