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규모 7.2 강진이 강타한 대만에서 여진이 500여 차례 계속되면서 사상자가 늘고 있지만, 지진 피해는 빠르게 수습되고 있다. 대만 중앙재해대응센터에 따르면 5일 오전 기준 사망자는 12명, 부상자는 1106명이다. 사망은 모두 지진의 진앙에서 25㎞ 떨어진 해안 지역 화롄현에서 발생했고,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낙석에 맞아 숨졌다.
그러나 교통망이 복구되고 수도·전기 공급이 재개되면서 대만은 일상을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지진으로 수도가 끊겼던 대만 전역 12만2241가구는 이튿날인 4일 밤 대부분 수도 사용이 가능해졌다. 대만 당국은 “지진으로 수도관이 새는 경우가 많아 즉시 검사와 복구 작업을 실시했고, 임시 수자원 공급처를 20곳 마련했다”고 밝혔다. 5일에는 대만 전역의 철도가 정상화됐다.
화롄현에서는 외부와의 연결 통로인 다칭수이 터널의 무너진 다리를 임시 교량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빠르면 10일부터 사용 가능할 전망이다.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 이번 지진의 참상을 상징했던 화롄의 ‘톈왕싱’ 건물도 5일 오후부터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화롄현은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위에서 아래로 층층이 건물을 해체할 예정이고, 철거 기간은 2주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역의 낙석이 쌓인 해안 도로의 정리 작업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통제 구간이 줄어들고 있다. 다만 산악 지대 주요 도로는 여전히 차단된 상태다.
고립된 682명에 대한 구조 작업과 실종자 수색 작업도 진행 중이다. 실종자 가운데 호주(2명), 인도(1명), 캐나다(1명) 국적의 외국인도 4명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오후 화롄의 한 터널에서는 이틀 동안 갇혀 있던 중년 여성이 구출돼 딸과 재회했다.
쾌적한 화롄의 이재민 대피소도 화제가 됐다. 화롄 중화초등학교 체육관에 설치된 대피소는 사방이 막힌 사각형 텐트를 사용해 사생활 보호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소셜미디어에서는 ‘대만 대피소’가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이번 지진으로 대만의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 TSMC는 팹(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되고 웨이퍼 손상이 발생하면서 일부 생산 라인 정상화에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TSMC 팹의 EUV(극자외선)·DUV(심자외선) 노광장비도 손상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대만 지진을 계기로 대만 반도체 과잉 의존을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