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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대만 침공 억지 위해 필리핀 북단 루손섬에 ‘육상 항모’ 구축...냉전 이후 첫 중거리 미사일 배치 이어 스텔스기 투입, 레이더망 건설도 추진
독립 성향이 강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취임한 5월20일을 전후해 다시 대만해협 긴장이 고조됐습니다. 중국군 동부전구 사령부는 5월23일~24일 이틀간 육·해·공군과 로켓군을 총동원해 대만 봉쇄 훈련을 했죠. 시뮬레이션 형태이지만 대만을 포위하고 타이베이, 화롄, 가오슝 등 주요 거점을 미사일로 공격하는 전면전 연습을 했습니다.
미국도 4월22일부터 5월10일까지 3주 일정으로 대만 남쪽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군과 발라카탄 합동 훈련을 했어요. 미군 1만1000명, 필리핀군 5000명 등 1만6000여명을 동원한 대규모 훈련이었습니다. 대만과 남중국해 분쟁 도서에 대한 중국의 공격을 격퇴하고 빼앗긴 섬을 탈환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훈련을 진행했다고 해요.
앞서 4월초에는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냉전 이후 처음으로 중거리 미사일 포대를 배치했습니다. 일본은 대만 동쪽 오키나와 제도에, 미국은 남쪽 필리핀에 미사일 장벽을 구축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지하겠다는 구상이에요.
◇대만군, 중 폭격기 조준 화면 공개
라이 총통은 이번 취임식 연설에서 중국을 자극하는 표현을 줄였지만,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는 두 개의 중국론을 꺼내 들었어요.
중국은 이번 훈련 명분으로 라이 총통의 이 발언에 대한 징벌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훈련의 강도 자체는 2022년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 대만 방문, 작년 4월 차이잉원 총통의 방미 직후 때보다 낮았어요. 훈련 기간도 이틀로 줄였고, 실탄 사격도 없었습니다.
반면, 대만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었어요. 대만 국방부는 주력기인 F-16V가 중국의 전략 폭격기 H-6, 주력 전투기 J-16을 사격통제장치로 락온(Lock-on·조준 고정)하는 듯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F-16V에 장착된 적외선 감시장치 ‘스나이퍼 타게팅 포드’로 감시하는 영상이라고 둘러댔지만, 언제든 공대공 미사일을 쏴 격추할 수 있다고 경고를 한 셈이죠.
◇병력 1만1000명 동원해 대만 방어 훈련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도 압박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4월 중순 필리핀군과 살랍닉(방패) 합동 훈련을 하면서 루손섬 북부에 중거리 미사일 포대를 전격 배치했어요. 중거리 미사일 발사 플랫폼인 타이푼 발사체계(Typhoon launcher)와 이 플랫폼을 운용하는 미 육군 제1 다영역기동부대(MDTF)가 4월7일 C-17 글로벌마스터 3 수송기를 타고 루손섬 북부 미군기지에 도착한 겁니다.
타이푼은 육상 발사용 SM-6 탄도미사일,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등을 쏘는 이동식 플랫폼으로 록히드 마틴이 개발했어요.
미국은 1987년 옛소련과 맺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따라 사거리 500~5500㎞의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을 모두 폐기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단거리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를 개발하고, 중국이 괌과 일본 등지를 공격하는 중단거리 미사일을 대거 개발해 배치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이 조약 탈퇴를 선언했죠. 그 이후 처음으로 아태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된 겁니다.
◇육상 발사 토마호크, 베이징도 공격 가능
SM-6의 사거리는 최대 460㎞, 토마호크 미사일은 2500㎞라고 해요. 토마호크를 쏘면 대만해협과 중국 동남부 주요 도시는 물론, 베이징까지 공격할 수 있습니다. 개발 막바지 단계인 다크 이글 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LRHW)도 배치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 하죠. 이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2776㎞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동안 항모 중심으로 중국을 견제해온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까지 배치하는 건 중국군의 전력 증강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에요. 중국의 미사일 물량 작전에 맞서 미국도 미사일 배치를 늘리겠다는 겁니다.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했어요.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일방적인 군사적 우위를 추구하면서 아·태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들여와 중국 코앞 전선에 배치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이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고 오해와 오판의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만까지 400㎞...오키나와보다 가까워
미국은 작년 필리핀 정부로부터 군사기지 4곳에 대한 추가 사용권을 확보했는데, 그중 3곳이 북부 루손섬 일대입니다.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라는 F-22 2대가 작년 3월 필리핀 클라크 공군기지로 출격한 적이 있죠.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대만 침공에 대비한 전초 기지를 구축하는 것으로 봅니다. 루손섬과 주변 소규모 섬을 중심으로 첨단 레이더망을 구축해 중국군 동향을 면밀하게 감시하고, 스텔스 전투기와 중거리 미사일 등 전략 자산을 대거 배치해 중국의 대만 침공 의지를 아예 꺾어놓겠다는 의도이죠. 루손섬이 일종의 ‘육상 항모’가 되는 겁니다. 유사시 대만 난민을 후송할 수 있는 후방 기지 역할을 할 수도 있겠죠.
루손섬 북단은 대만에서 400㎞ 정도 떨어져 있어 600㎞ 거리인 일본 오키나와 카데나 공군기지보다 훨씬 더 가깝습니다. 루손섬 북단 소규모 섬들은 대만에서 불과 150㎞ 거리죠. 미군은 최근 해병대 기동부대를 보내 루손섬 북부 이트바야트, 마부디스섬 등을 정찰하고 측량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다만, 필리핀 국내 여론의 반발을 고려해 고정 배치는 피할 것으로 보여요. 이번 발라카탄 훈련에는 미국 본토와 하와이 등지에서 1만1000명 병력이 필리핀으로 날아왔는데, 이런 방식으로 필요한 시점에 인력과 장비를 전격 배치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