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타임스는 6월9일 미 의회조사국이 중국 최고위층 지도자들의 숨긴 재산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타임스

미국의 보수 성향 월간지 워싱턴타임스가 6월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일가의 은닉 재산이 7억 달러 이상에 이른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지난 5월 중국 최고위층 부패와 숨긴 재산에 대한 보고서를 하원에 배포했는데, 그 안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고 했어요.

2022년말 미 의회를 통과한 ‘2023년 국방수권법(NDAA)’에는 “국방정보국(DNI)이 2023년말까지 국무부와 함께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의 치부와 부패행위에 대한 공개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DNI는 예정된 시한 안에 보고서를 완성하지 못했지만, 올해 말까지는 공개하겠다고 밝혔어요. 이런 상황에서 CRS가 우선 공개된 내용을 중심으로 이 보고서를 정리해 배포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습니다. DNI가 연말에 내놓을 보고서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뜻으로 보여요.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쪽을 편들고,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이렇게 독주하는 시 주석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와요.

◇대만·남중국해 폭주에 견제 나선 듯

CRS 보고서의 핵심은 시 주석을 포함한 중국 최고위층이 뇌물 등으로 받은 수억 달러의 재산을 가족과 친척 등의 이름으로 숨겨 뒀다는 내용입니다.

시 주석은 집권 직전인 2012년에도 한 중국 희토류 회사 지분 18%, 약 3억1100만 달러 어치를 보유 중이라는 사실이 블룸버그통신에 보도된 적이 있어요. 또 베이징의 한 기술기업 지분 2000만 달러 어치도 가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공개된 은닉 재산 규모가 3억7600만 달러에 달했어요. CRS는 그 이후 드러난 것을 포함해 모두 7억720만 달러 어치의 숨긴 재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고 합니다.

시 주석 일가 은닉 재산의 대부분은 시 주석의 누나인 치차오차오(齊橋橋·어머니 치신의 성을 따름)와 자형인 덩자구이(鄧家貴), 치차오차오의 전 남편 소생 딸 장옌난(張燕南) 등의 명의로 돼 있다고 해요.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 딸 시밍저가 보유한 재산도 있다고 합니다.

치차오차오와 덩자구이 부부는 2015년 중국 부동산개발회사 완다그룹의 미상장 주식에 투자해 2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죠. 2009년 2890만 달러를 투자해 완다 주식을 사들였는데, 2015년 그 가치가 2억4000만 달러로 급등했다는 겁니다. 2019년에는 시 주석의 외사촌 동생으로 호주 국적자인 치밍(齊明)이 돈세탁 등의 혐의로 호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죠.

작년 시진핑 주석 부친인 쉬중쉰 전 부총리 관련 다큐멘터리에 나온 시 주석의 누나 치차오차오. 미 의회조사국은 "시 주석 일가의 재산이 대부분 치차오차오 가족 이름으로 돼있다"고 밝혔다. /CCTV 캡처

◇중국 최고위층의 뇌물 재테크

원자바오 전 총리 가문의 숨긴 재산은 이보다 더 많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가 2012년 확인해 보도한 원 전 총리 가문의 재산은 27억 달러에 달했어요. 원 전 총리의 부인인 장페이리도 중국 대형 보험사 핑안보험의 비상장 주식을 사들여 큰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CRS는 중국 고위층이 뇌물, 급행료, 횡령 등으로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분석했다고 해요. 싱가포르 출신인 위엔위엔앙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중국 기업인에게 뇌물은 세금이라기보다는 투자”라고 했습니다. 공산당 실력자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면서 저리의 융자, 토지 불하, 독점권 확보, 계약 수주, 세금 감면 등 다양한 특혜를 누릴 수 있다는 거죠.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베테랑 안보 전문기자인 빌 거츠(72)입니다. ‘중국의 위협’ 등 8권의 책을 쓰기도 한 그는 미 연방조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에서 직원 상대 강의를 할 정도로 정보 당국 인맥이 두터운 인물이에요.

원자바오 전 총리의 부인 장페이리. /조선일보DB

◇“7억 달러 밖에 안 될까”

미 의회가 2023년 국방수권법을 통해 DNI에 중국 최고위층 부패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라고 한 시한은 작년 12월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 법안에 서명했죠.

하지만 G2의 일원인 중국 최고지도부의 부패 문제를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DNI가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일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일단 보고서 발표 시점을 미루고 이미 드러난 내용만 정리해 CRS를 통해 공개한 것으로 보여요. 다만, DNI도 올해 말까지는 보고서를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CRS 집계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집권 12년 동안 당 중앙위원 이상 고위층 266명을 부패 혐의로 숙청했다고 해요. 여기엔 그가 직접 발탁한 리샹푸 전 국방부장, 친강 전 외교부장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미 정보 당국이 올 연말 예정대로 보고서를 공개한다면 시 주석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겠죠. 자녀 등의 이름으로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에 재산을 숨겨둔 최고위층 인사들도 초조할 겁니다. 대만 자유시보는 CRS 보고서 소식을 전하면서 “네티즌 사이에서는 시 주석 가문의 은닉 재산이 7억 달러 밖에 안 되겠느냐는 말도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애브릴 헤인스 국장. DNI는 올 연말까지 중국 최고위층의 부패와 숨긴 재산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AFP 연합뉴스

최유식의 온차이나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