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하베크(가운데) 독일 부총리가 23일 상하이의 BMW 연구·개발(R&D) 센터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중국 전기차에 최대 48%에 이르는 ‘관세 폭탄’ 부과를 발표한 가운데 양측의 협상이 본격 시작했다. 중국을 방문 중인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22일 오전 베이징에서 정산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과 EU·중국의 관세 갈등을 논의했다. 정산제는 “EU의 관세 인상은 이익 없이 남에게 피해만 주는 일”이라며 “중국 기업의 권익 보호를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은 하베크와 회담에서 “중국은 EU와 협상 채널의 조속한 가동을 원한다”고 했다.

하베크는 “(EU의 관세 부과는) 미국·튀르키예·브라질의 중국산 차량에 대한 관세 부과처럼 포괄적·징벌적이지 않고, 9개월 동안 면밀히 검토된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이득을 주는 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하베크는 같은 날 상하이에 도착해 발표한 성명에서 “EU의 문은 중국 수출품 관세 문제 논의를 위해 열려 있다”면서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하베크는 EU가 대(對)중국 관세 인상을 발표한 이후 처음 방중한 유럽 고위급 인사다.

중국 상무부 또한 이날 왕원타오와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통상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이 화상 회담을 갖고, 관세 문제에 대한 중국·EU 협의 개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EU 집행위원회(행정부 격)는 지난 12일 자체적인 반(反)보조금 조사 결과에 근거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중국에 통보했다. 다음 달 4일 조치가 적용되고, 하반기에 EU 27개 회원국이 승인하면 향후 5년 동안 시행이 확정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7일 유럽산 돼지고기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며 EU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이 유럽산 승용차와 식품 전반으로 수입 장벽을 높이고 핵심 원자재 등의 수출을 중단하며 EU에 대한 보복 조치를 확대할 가능성이 우려됐다. 그러나 양측의 분쟁 속에 독일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중국의 ‘동아줄’이 되고, EU와 중국이 협상 개시를 알리면서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U의 핵심 국가인 독일은 유럽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중국 전기차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나라로서 EU의 이번 조치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중국 입장에서도 유럽은 미·중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균형추이기 때문에 ‘보복 수단’ 대신 협상에 주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