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8일 새벽 5시쯤 대만해협에서 물 위에 떠올라 조업 중인 대만 어민들에게 포착된 중국의 094형 전략핵잠수함. /대만 자유시보, 어민 제공

중국의 최신예 094형 전략핵잠수함이 6월18일 대만해협에서 수면으로 부상했다가 새벽 조업을 나온 대만 어민의 스마트폰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수개월씩 잠항하면서 은밀하게 기동하는 걸 생명으로 하는 전략핵잠이 어민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중국군으로서는 망신을 당한 셈이죠.

전략핵잠이 민감한 지역인 대만해협에서 물 위로 부상한 데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옵니다.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은 “전략핵잠이 수면으로 부상하고 나서 중국 호위함 1척이 급히 다가왔다”는 어민 증언을 토대로 핵잠이 고장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어요. 대만 동부 해역에서 훈련 중인 미·일 해군의 탐지를 피하기 위해 수심이 낮은 대만해협을 택했다가 좌초를 우려해 부상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무력시위 차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는 주장도 나와요. 전략핵잠은 대만 공격과 큰 관련이 없어 이번 일로 망신살이 뻗치자 둘러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만 국방장관 “감시하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건 6월18일 새벽 5시쯤이었다고 해요. 대만해협 중간선 중국 측 수역에서 거대한 잠수함이 갑자기 물 위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대만 서쪽 해안에서 200㎞, 샤먼시 앞 대만령 진먼다오에서는 남쪽으로 45㎞ 떨어진 해상으로 펑후열도에서 가까운 곳이라고 해요.

조업 성수기여서 대만 어민들이 다수 중간선 부근으로 나와 조업 중이었는데, 잠수함이 떠오르자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대만 정부는 중국 군함을 찍은 사진을 제출하면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해요.

구리슝 대만 국방장관은 기자들에게 “감시 자산을 통해 상황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다만 어떤 감시자산을 이용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상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어민들이 찍은 사진에 나온 중국 잠수함은 중간 부위가 거북등처럼 우뚝 솟은 모습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중국의 최신예 094형 전략핵잠수함인 것으로 판단했어요.

◇핵전쟁 대비한 전략 무기

094형은 만재 배수량이 1만톤을 넘는 대형 잠수함으로 중국이 2007년 개발해 실전 배치를 했습니다. 2010년에는 성능이 개량된 094A형이 나왔죠. 이 잠수함은 최대 사거리 1만2000㎞로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잠수함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SLBM)’ 쥐랑-3 12발을 탑재합니다.

전략핵잠은 수개월을 물 위에 떠오르지 않고 잠항하는 능력과 상대국의 대잠수함 초계기 등에 위치를 노출되지 않는 은밀함이 생명이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몰래 기동하다가 상대국을 핵무기로 선제공격하거나 핵 공격을 받고 나서 보복 공격을 하는 게 임무입니다.

전략핵잠은 보통 항만에 들어온 뒤에야 부상하죠. 우리나라에도 미국의 핵잠수함이 가끔 들어와 부산 해군기지 등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수면으로 떠오를 당시 094형 전략핵잠은 동북쪽으로 항해 중이었다고 해요. 남중국해에서 임무를 마치고 유지 보수를 위해 보하이만 후루다오 조선소로 향하던 길이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중국의 094형 전략핵잠수함. /조선일보DB

◇수심 낮은 대만해협 항해 이유

새벽 시간에 갑자기 수면으로 부상한 이유에 대해서는 오작동이나 고장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요. 다만 호위함 한 척만 달려온 걸 보면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상황이 안 좋았다면 다수의 군함과 군용기가 출동했겠죠.

094형은 만재 배수량이 1만톤을 넘는 대형 잠수함입니다. 발견된 해역은 수심이 45m 정도로 대형 잠수함이 항해하기에는 안전하지 않은 곳이라고 해요.

대만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이 대만 동부 필리핀해에서 합동 훈련 중인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잠수함은 항해할 때 내는 소음의 특징, 즉 성문(聲紋·voice print)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죠. 성문을 파악 당하면 어디를 가든 위치가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대만 동부 해협에서 훈련 중인 미국과 일본의 초계기에 포착될 것을 우려해 수심이 얕은 대만해협 쪽으로 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수심 얕은 대만해협을 항해하다 바닥에 좌초할 것을 우려해 수면으로 떠올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대만 해군 함장 출신인 뤼리스는 “평소대로 대만 남부 바시해협을 통과해 북상하면 이 일대에서 훈련 중인 미국과 일본의 반잠수함 탐지장비에 포착될 수 있기 때문에 항로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했어요.

094형 전략핵잠이 대만해협에서 물 위로 떠오른 이유를 분석한 대만 자유시보의 기사. /자유시보

◇미·러보다 소음 커 쉽게 포착

지난 수년간 중국은 잠수함 문제로 여러 차례 망신을 당했습니다. 2018년1월 093형 공격핵잠수함 한 척이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수역에 들어갔다가 일본 해상자위대에 발각된 일이 있었죠. 해상자위대 군함에 쫓겨 다니다 결국 공해 상에서 물 위로 부상했는데, 일본 측은 당시 “이틀 전부터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2021년에도 093형 핵잠 두 척이 남중국해를 떠나 태평양으로 향하는 영국 항모를 미행하다 항모 호위 함정의 음파 탐지기에 포착된 적이 있었어요.

작년 10월에는 영국 데일리메일이 “서해 상에서 중국 핵잠수함이 침몰해 5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만 정부는 지난 5월 “침몰할 정도의 큰 사고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사고는 있었다”고 했어요. 대만군이 중국 잠수함의 동태를 샅샅이 파악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쉽게 포착되는 건 중국 핵잠의 수중 소음이 크기 때문이에요. 시진핑 주석이 직접 승선한 적이 있는 094형 전략핵잠도 수중 소음이 120데시빌로, 미국이나 러시아 전략핵잠과 큰 격차가 있다고 합니다.

2021년4월 중국의 최신예 094형 전략핵잠수함에 오른 시진핑 주석이 해군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국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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