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허베이성 스자좡에 짓다가 공사를 중단한 한 아파트 단지의 올해 2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8월초 발표한 중국 경제 연례보고서에서 4년째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가 1조 달러(약 137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중국은 전국적으로 미완공 아파트가 2000만채를 넘는다고 하죠. 헝다, 비구이위안 등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줄줄이 빚더미 위에 올라앉았습니다.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분양을 하고도 공사를 진행하지 못해 아파트 공급이 계속 미뤄지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신규 아파트 분양이 제대로 될 수도 없겠죠.

중국은 지난 6월 소비 증가율이 2.0%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고, 2분기 성장률도 4.7%에 그쳤습니다. IMF는 3년 뒤인 2027년에는 중국 성장률이 3.6%까지 떨어질 것으로 봐요. 이런 상황에 대비하려면 부동산 문제 해결이 시급한 것으로 보고 신속하게 과감한 구조조정을 주문한 겁니다. 그러나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구제하면 도덕적 해이와 모험적 투자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어요.

◇찔끔 대책에 하락 속도 더 빨라져

2021년부터 시작된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는 작년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중국 대도시로까지 번졌습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대도시 아파트도 고점 대비 20~30% 가격이 내려갔고 거래량도 급감했어요.

중국 정부는 다주택 구매 제한을 풀고 담보대출 요건을 완화하는 등 대책을 내놨습니다. 인민은행도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잇달아 내리면서 돈을 풀고 있죠.

하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은 올 들어 하락 속도가 더 빨라졌습니다. 올 들어 6월까지 분양주택 판매액수는 작년 동기 대비 -25.0%로 작년 한해(-6.5%)보다 하락폭이 더 커졌어요. 올해 1~6월 부동산 개발 투자 증가율도 -10.1%를 기록했습니다. 대책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거죠.

/조선디자인랩=권혜인

◇부동산에 발목 잡힌 투자·소비

소비도 위축되는 양상입니다. 6월 소비증가율은 2.0%로 2022년 12월(-1.8%) 이후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어요. 부동산은 중국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릅니다. 소비자들은 집값 하락 속에 지갑을 닫고, 돈이 있으면 서둘러 은행 빚부터 갚는 분위기라고 해요.

투자와 소비, 수출을 흔히 중국 경제를 이끄는 삼두마차라고 부릅니다. 부동산 침체는 이중 투자와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어요. 부동산과 그 관련산업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이릅니다.

지방정부 재정 문제도 있어요. 부동산 개발업체에 아파트 지을 땅을 팔아 얻는 토지매각대금이 중국 지방정부 재정 수입의 40%가량을 차지합니다. 부동산 침체가 계속된다면 지방정부는 재정난이 불가피한 형편이에요.

/조선디자인랩=권혜인

◇IMF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 필요”

IMF는 미완공 아파트 해소를 부동산 문제 해결의 핵심으로 꼽았습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미완공 아파트를 준공해 소비자에게 공급해야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소비자 신뢰 회복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다는 거죠. 또 회생 가능한 건설업체와 불가능한 곳을 구분해 퇴출 대상 기업을 신속하게 정리할 것도 권고했습니다. 부실기업 보유 토지를 인수해 보장성 임대주택 등을 짓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어요.

IMF는 이런 방식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지난 4년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의 5.5%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중국의 한해 GDP가 17조 달러를 조금 웃도는 걸 감안하면 1조 달러 전후에 해당하는 금액이에요. IMF는 이 같은 재정 투자가 중국의 연간 성장률을 0.5% 정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IMF는 중국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봤어요. 부동산 시장이 대규모 조정기에 접어든데다 노동 인구 감소와 고령화, 생산성 향상 속도 둔화 등 구조적으로 불리한 요소가 많다는 겁니다. 미중 갈등으로 외부 환경이 악화하는 것도 큰 부담이죠. 중국 경제 성장률은 해마다 하락해 2027년 3.6%, 2029년 3.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IMF가 8월2일 공개한 중국 경제 연례보고서 표지. /IMF

◇IMF 권고 거부했지만...

시진핑 주석은 최근 3중전회(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 등을 통해 경제 위기 극복 방안으로 ‘고품질 생산력’ ‘고품질 발전’ 등을 강조했죠. 하지만, IMF는 부동산 시장 구조조정이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했습니다.

중국은 곧바로 거부 입장을 밝혔어요. 장정신 IMF 이사회 중국 대표는 “중앙정부가 직접 재정 지원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정부의 구제 금융을 예상해 기업이 도덕적 해이와 모험적 투자를 할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일단 거부 입장을 밝혔지만 고심할 것으로 봐요. 소시에테 제네랄 SA의 중화권 이코노미스트 미셸 램은 “실망스러운 발언”이라면서 “부동산 시장이 계속 악화하면 중국 정부도 결국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웨이링링 중국전문기자는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 땐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중국은 남은 성장 동력 중 하나인 수출마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면서 “더 나쁜 상황이 올 것을 예상해 최후의 카드를 남겨둔 것으로 본다”고 했어요.

7월18일 3중전회 폐막식을 주재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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