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초 림팩 훈련에 참가한 F/A-18F 슈퍼 호넷에 초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174B가 탑재된 모습. 훈련용임을 뜻하는 파란 띠를 둘렀다. /인스타그램 @aeros808, 워존

8월초 끝난 2024년 환태평양훈련(RIMPAC)에서 미 항모전단이 400㎞ 떨어진 거리에 있는 중국 폭격기 등을 타격할 수 있는 초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사실이 확인돼 중국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대만 침공을 위해 푸젠성에서 발진하는 중국군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폭격기, 공중급유기 등이 이륙하자마자 이 미사일의 표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AIM-174B라는 이름의 이 미사일은 우리 군도 요격용으로 사용하는 SM-6 함대공 미사일을 전투기에서도 발사할 수 있도록 개조한 모델입니다. 미 군수업체 레이시온이 개발을 맡았죠. 함대공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370㎞이지만, 공대공 버전은 사거리 400㎞에 이른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 러시아와 달리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요. F-35 스텔스 전투기 등의 성능이 워낙 뛰어나 실전에서 검증된 사거리 150㎞의 AIM-120D 암람(AMRAAM) 미사일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봤다고 합니다.

그러나 중국이 J-20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해 대거 실전 배치하면서 제공권 우위를 위협받게 되자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해요. 워존 등 미국 군사전문지는 이 미사일이 대만 침공을 억지할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림팩서 F/A-18에 탑재한 모습 공개

미군은 올해 림팩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을 염두에 둔 맞춤형 무기를 여럿 공개했습니다. 스텔스 폭격기 B-2가 4만t급 중국 상륙함을 한 방에 격침할 수 있는 퀵싱크라는 신형 폭탄을 선보이기도 했죠. 다만, 미 해군이 퀵싱크 투하 사실을 공식 발표한 것과 달리, AIM-174B는 항모에 탑재하는 F/A-18F 슈퍼 호넷에 장착한 사진을 보여주는 형태로 공개했습니다. 이 미사일을 장착한 슈퍼 호넷이 칼빈슨호 항모를 이륙하려는 모습도 담은 영상도 나왔어요.

로이터통신은 8월15일 “사거리 400㎞의 초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174B가 지난 7월 당국의 승인을 얻어 미 해군에 실전 배치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미사일은 중국 공군의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PL-15(사거리 250㎞)보다 사거리가 더 길다고 로이터는 전했어요.

중국은 대만 침공 때 미 항모전단이 대만해협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00기에 가까운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해두고 있습니다. 중국 스스로 ‘항모 킬러’라고 부르는 둥펑-21, 둥펑-26 미사일 등이 대표적이죠. 전략폭격기인 H-6K, 주력 전투기 J-16 등은 YJ-12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쏟아부을 겁니다.

7월 하순 미국의 핵추진 항모 칼빈슨호에서 이륙 대기 중인 F/A-18F 슈퍼 호넷이 초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174B를 장착하고 있다. /워존, 60미닛 호주 캡처

◇중국 폭격기, 조기경보기 등이 타깃

사거리가 길고 정확도가 높은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면 이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겠죠. 훨씬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중국 폭격기와 전투기 등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AIM-174B 미사일이 미국 항모를 향해 날아오는 중국군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을 것으로 봐요. SM-6 본래의 요격 성능도 발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중국 푸젠성 남단에서 대만 동남부 해역에 이르는 400~500㎞가 주전장이 되겠죠. 사거리 400㎞의 공대공 미사일이 있으면 대만으로 진격하는 중국 폭격기와 전투기, 이들을 지원하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공중급유기 등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만큼 작전 수행에 제약을 받겠죠. 항모 킬러라는 둥펑-26 중거리 탄도 미사일 등을 요격할 수 있다면 미 항모전단은 대만 쪽으로 더 가까이 들어가 작전을 펼칠 수 있을 겁니다.

대만 싱크탱크 중화전략전망협회의 제중 연구원은 “항모 전단을 비롯한 중요 자산을 보호하면서 원거리 공격을 하기 위해 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 항모를 공격하려는 중국군 전투기가 이 미사일 사거리 안으로 진입하기 어렵고 대만을 공격하려다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했어요.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한 방위 기술 분석가는 로이터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미국이 좀 더 깊숙하게 남중국해 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크다”면서 “잠재적으로 중국군의 대응 방식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남중국해 상공을 비행 중인 중국의 전략 폭격기 H-6K. /조선일보DB

◇중국 공군력 강화에 맞불

중국은 2016년 사거리 250㎞의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PL-15를 실전 배치했고, 사거리 400㎞인 PL-17도 개발했다고 해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PL-17은 고체연료 엔진의 효율 등과 관련한 기술적 난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봅니다. 러시아도 사거리 400㎞의 R-37M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개발해 2019년 실전 배치했죠.

반면, 미국은 F-22, F-35 스텔스 전투기 성능이 중국, 러시아보다 월등해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존에 써온 AIM-120 암람이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해요. 이 미사일은 한 발 당 가격이 100만 달러로 400만 달러인 SM-6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국이 J-20 스텔스 전투기와 PL-15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어요. 켈리 그리에코 스팀슨센터 선임 연구원은 “J-20과 PL-15의 등장으로 미국의 제공권 우위가 잠식됐다”면서 “이론적으로 중국 전투기가 스텔스 기능이 없는 미국 전투기를 장거리에서 공격해 격추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7월9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신 공중계정에 올라온 AIM-174B에 관한 글. 이 미사일이 서태평양 전장에서 전방위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웨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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