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0월14일 대만 포위 공격 훈련을 했습니다. 지난 5월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당시 훈련을 한 이후 5개월만이었어요. 라이 총통이 건국기념일(쌍십절) 관련 행사에서 “75살에 불과한 중화인민공화국이 113살인 중화민국(대만)의 조국이 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을 빌미로 삼았습니다.
중국은 훈련을 앞두고 대만 남부 바시해협에 랴오닝호 항모를 배치했어요. 또 해경 순찰선을 동원해 주변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을 통제했습니다. 실제 대만 공격을 가정한 훈련을 한 거죠. 다만, 과거 비슷한 훈련을 2~4일 실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하루 안에 끝냈습니다. 대선을 코앞에 둔 미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이겠죠.
마침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번 훈련 직전인 10월10일 대만해협 충돌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습니다. CSIS는 “세계 해양 무역의 5분의 1이 오가는 대만해협이 막히면 한국과 일본, 호주는 물론, 브릭스(BRICs) 국가와 중동·아프리카 자원 수출국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어요. 세계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갈 대재앙이라는 겁니다.
◇세계 GDP 10% 날아간다
대만해협은 2022년 기준 해양 물동량이 2조4500억 달러(약 3350조원)로 전 세계 해양 무역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요. 대만 침공이나 봉쇄가 일어난다면 수조 달러 규모의 해양 무역이 막히는 겁니다.
반도체 공급망도 대란이 일어나겠죠. 대만은 세계 시스템 반도체의 37%를 공급합니다. 첨단 시스템 반도체로 범위를 좁히면 점유율이 92%까지 올라가요. 코로나 19 초기 자동차용 반도체 대란과 비교할 수 없는 반도체 공급망 마비 현상이 일어날 겁니다.
중국은 세계 제조업의 30%, 세계 무역의 12.5%를 차지하고 있어요. 대만해협 봉쇄로 중국의 수출입이 중단된다면 중국에서 중간재를 공급받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공장을 돌릴 수 없게 됩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올 1월 대만 침공으로 미중간 국지전이 벌어지면 그에 따른 경제 손실이 세계 전체 GDP의 10.2%에 해당하는 10조 달러가 될 것으로 봤어요. 그보다 강도가 낮은 대만해협 봉쇄에 따른 손실도 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한국·일본 수출 30% 이상 대만해협 경유
CSIS는 가장 큰 피해를 당할 국가로 동북아의 미국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꼽았어요. 우리나라는 수출의 30.33%, 수입의 22.6%가 대만해협을 거치는데, 2022년 기준으로 그 액수가 총 3574억 달러에 이릅니다. 일본은 수출의 32.08%, 수입의 25.3%, 총무역액 4439억 달러를 대만해협에 의존하고 있어요.
대만해협은 한국과 일본이 원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을 수입하는 루트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전체 원유의 95%, 한국은 65%를 중동국가에서 수입하는 데 이 원유가 대만해협을 통해 들어와요. 대만해협과 대만 남부 루손해협이 막히면, 필리핀 남부로 돌아와야 하는데, 항로가 1600km나 늘어납니다. 시간과 비용이 모두 많이 늘어나겠죠.
한국과 일본은 하이테크 제조업이 발달한 국가로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과 기계 부품 등을 중국과 대만에서 들여오는데, 이 공급망도 막힐 겁니다. 휴대폰과 컴퓨터, 태블릿, 가전 등 전자제품은 물론 자동차 생산도 차질을 빚게 되겠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대만 침공이 발생한 첫해 한국은 GDP의 23.3%, 일본은 GDP의 13.5%에 이르는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아프리카 저개발국은 경제 위기 직면
중국에 철광석과 액화천연가스(LNG), 석탄을 대거 수출하는 호주도 피해가 클 것으로 봤어요. 2022년 호주 수출의 26.83%(1090억 달러)가 대만해협을 통해 이뤄졌다고 합니다.
물론, 전쟁 당사자가 되는 중국이나 대만의 피해도 크겠죠. 블룸버그는 대만은 전체 GDP의 40%, 중국은 16.7%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중동·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도 피해를 보게 된다고 해요. 중앙아프리카의 콩고는 2022년 중국에 구리와 코발트 등의 광물을 130억 달러 어치나 수출했는데, 이는 이 나라 전체 수출액의 62%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북아프리카 에르트리아는 생산하는 아연의 70%, 구리는 100% 중국에 수출해요. 가봉과 앙골라도 각각 생산 원유의 40%를 중국에 보냅니다. 중국 수출 길이 막힌다면 경제가 휘청거리게 되겠죠.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이라크 등 중동 산유국도 전체 수출 원유의 30%를 대만해협을 통해 운송합니다.
◇브릭스 9개국도 타격 클 듯
중국이 속한 브릭스의 상황도 비슷해요. 브릭스 9개국은 수출의 14%, 수입의 15%를 대만해협에 의존합니다. 그중에서도 아랍에미리트, 이란, 인도, 남아공, 에티오피아 등의 비중이 높아요.
중국은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대변인을 자처해왔는데, 대만 침공은 이런 국가들에 큰 경제적 고통을 안길 것이라고 CSIS는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대만해협을 자국의 내해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 입장에서는 세계 무역의 대동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곳에서 대규모 전란이 발생한다면 세계 경제는 물론, 중국 자신에게도 치명적인 대재앙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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