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8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중국 군사력 평가 보고서 관련 좌담회에서 일라이 래트너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차관보(맨 오른쪽)와 마이클 체이스 국방부 중국 담당 부차관보(가운데)가 사회자인 보니 린 CSIS 선임 연구원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CSIS

미 국방부가 12월18일 ‘중국 군사력 평가 보고서 2024’를 발표했습니다. 182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로 미 의회에 제출하는 용도로 작성됐어요.

중국군이 막대한 방위비를 투입해 해·공군력과 미사일 전력, 핵무기 등을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는 내용은 작년 보고서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일부 숫자가 바뀌고 최신 정보가 추가된 정도였어요.

달라진 건 최근 일어난 중국군 부패 문제, 지휘관 자질 부족 등 중국군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군 부패 문제가 워낙 심각해 유사시 미사일이 제대로 발사될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시진핑 주석이 군부 숙청에 나선 것 아니냐고 분석했어요. 일라이 래트너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차관보는 대만 침공 가능성과 관련해 “임박한 것도 아니고 불가피한 일도 아니다”고 했습니다. 중국군이 아직 제대로 준비가 안 됐다는 주장이었어요.

◇“지휘관 숙련도, 시가전 능력 등 문제”

이 보고서는 중국군의 군사적 능력을 총괄 평가하는 부분에서 “여러 가지 진전이 있었지만 지휘관의 숙련도, 장거리 보급, 시가전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적었습니다. 장비 현대화 속도는 빠르지만, 사람과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거죠.

보고서 작성자인 래트너 차관보와 마이클 체이스 국방부 중국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좌담회에 참석해 보고서에 대해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체이스 부차관보는 중국 관영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5가지 무능(五個不會·Five Incapables)’을 거론했어요. 시진핑 주석이 지난 2015년 중국군의 문제를 설명하면서 제시한 이 용어는 지휘관들이 작전 현장에서 상황 판단을 못 하고, 상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며, 결정을 못 내리고, 병력 배치를 못 하며, 돌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체이스 부차관보는 “중국군 매체가 여전히 이 구호를 쓴다는 건 여전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1979년 중월전쟁 이후 실전 경험이 전혀 없었던 데서 나오는 문제”라고 분석했어요.

미 국방부 '중국 군사력 평가 보고서 2024' 표지. /미 국방부

◇“유사시 미사일 날아갈 수 있나”

중국군에서 잇달아 터진 부패 사건도 언급했습니다. 작년 6월 이후 리샹푸 국방장관 등 최소 15명의 최고위급 군부 인사들이 부패 문제에 연루돼 숙청됐죠. 래트너 차관보는 “중국 최고지도부가 부패 문제가 군사력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았다면 군부를 저렇게 대규모로 숙청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상급자에게 돈을 찔러 주거나 음식 대접을 하고 값비싼 술을 선물하는 관행은 과거부터 있었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관행을 넘어 미사일이 제대로 발사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됐다”고도 했어요. 유사시에 미사일이 제대로 발사되지 못할 정도로 부패가 심각하다면 중국군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체이스 부차관보도 “가장 믿을 수 있고 핵 억지력을 담당하는 로켓군 최고 지휘관들을 끌어내릴 수밖에 없을 정도의 부패였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했어요.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3월 중국 로켓군 지휘부 대규모 숙청과 관련해 “서부 사막지대에 배치된 미사일의 액체연료통이 연료가 아니라 물로 채워져 있었고, 핵미사일 지하 격납고는 발사용 덮개가 고장 나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대만 침공 능력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봤어요. 래트너 차관보는 “감당할만한 비용을 치르고 짧은 시간에 날카롭게 침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야 공격이 가능한데 아직은 그런 단계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여러 가지 작전상의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대만 침공은 임박한 것도 아니고 불가피한 일도 아니다”면서 “억지력이 실재하고 또 강하다”고도 했어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6년1월 새로 출범한 중국 로켓군의 웨이펑허 사령관에게 군기를 수여하고 있다. 이후 국방부장까지 지낸 웨이펑허는 작년 로켓군 부패 문제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숙청됐다. /AP 연합뉴스

◇“미군 입지 강해졌다” 자신감 드러내

체이스 부차관보는 “에너지 공급 문제도 중국이 대만 침공을 앞두고 해결해야 하는 숙제”라고 했습니다. 중국은 원유의 대외 의존도가 70%로, 하루 평균 1100만 배럴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수입해요.

미군이 유사시 인도양에서 믈라카해협으로 이어지는 해상 운송로를 차단하면 중국은 감당할 수 없는 에너지 부족 문제에 시달리게 될 겁니다. 중국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베리아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산 석유를 공급받지만, 그 물량은 하루 60만 배럴 정도에 불과하다고 해요. 대외의존도가 41%에 이르는 천연가스도 비슷한 상황에 부닥칠 겁니다.

지난 수년간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평가 보고서는 빠른 현대화 속도를 강조하는 기조였어요. 올해도 이런 기조는 유지했지만 중국군의 부패 문제, 지휘관 자질 등을 거론하면서 대만 침공 문제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보인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래트너 차관보는 “중국군의 현대화 속도가 빠르지만, 미국도 많은 분야에 투자해 인태 지역 내 전략적 입지를 강화해 왔다”면서 “그러다 보니 중국군의 부족한 점이 두드러지는 것”이라고 했어요.

두 사람은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입니다. 래트너 차관보는 미 국무부 중국 담당 부서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국방부 중국 태스크포스 팀장, 국방부 장관 중국 담당 선임보좌관 등을 거쳤어요. 체이스 부차관보는 해군전쟁대학 조교수를 지냈고 랜드연구소 선임정치학자로 중국군 현대화와 대만 방어 정책 등을 연구했습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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