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대통령 퇴진 시위가 한 달 넘게 벌어지고 있는 벨라루스에서 야당 대표가 납치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1994년부터 26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치러진 대선에서 80% 이상 득표했지만 조작된 결과라며 불복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벨라루스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콜레스니코바. /AFP 연합


벨라루스 야당을 이끄는 마리아 콜레스니코바가 7일 오전 10시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의 길가에서 복면을 쓴 남성에게 붙잡히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민스크의 국립미술관 근처다. 남성은 콜레스니코바를 미니밴에 태워 달아났다고 한다.

콜레스니코바는 대선에 출마했던 스베틀라나 티하노프스카야와 함께 벨라루스 야당의 지도자로 꼽힌다. 티하노프스카야는 대선 불복을 선언한 뒤 리투아니아로 망명한 상태다. 티하노프스카야가 리투아니아에 계속 머물면서 콜레스니코바는 벨라루스 국내에 머무는 인사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됐다.

사건 현장을 목격한 한 여성은 지역 언론에 “‘스비야즈(Svyaz)’라 적힌 검은색 미니밴이 미술관 근처에 차를 대더니 복면을 쓴 사람들이 나와 마리아를 밴에 태웠다”며 “마리아가 휴대전화를 떨어트리자 일당 중 한 명이 이를 줍더니 밴을 타고 가버렸다”고 말했다. 콜레스니코바는 전화를 받지 않는 상태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콜레스니코바를 납치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의 언론대응팀도 연락이 끊겼다. 그의 언론대응팀은 “그가 납치된 것이 맞다”고 밝혔는데 그로부터 40분쯤 뒤부터 행적이 묘연하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그와 함께 의회 활동을 해온 안톤 로드넨코프, 이반 크라프초브, 막심 보그레초브도 사라졌다.

민스크 경찰 당국은 콜레스니코바를 구금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6일(현지 시각)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대통령궁 앞에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모여 시위를 하고 있다. /타스통신 연합뉴스

벨라루스에서 대선 불복 시위는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일요일이었던 전날 대통령궁 부근에는 시위대 10만명이 모여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