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현지 시각) 다리를 내리던 중 멈춰버린 영국 런던 템스강의 타워브리지. /트위터 캡처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다리를 내리던 중 멈춰버린 영국 런던 템스강의 타워브리지. /트위터 캡처

“런던 다리가 무너진다네, 무너진다네, 무너진다네(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Falling down, falling down)”

영국 전래 동요 ‘런던 다리가 무너진다네’의 한 구절이다. 최근 영국 런던 템스강의 주요 대교들이 보수 작업을 위해 일제히 운행 통제에 들어갔다. 탄생 100주년을 훌쩍 넘긴 템스강의 명물들이 세월의 풍파를 못 견디고 안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막대한 비용으로 완전(完全) 수리는 어려워 이 동요 구절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887년 개통된 템스강 최초의 현수교 해머스미스 다리는 지난달부터 차량과 도보 통행을 전면 폐쇄하고 있다. 이 다리는 런던 남서부 반스 지구와 런던 중심가를 이어 런던 남서부 직장인들의 주요한 출퇴근 경로로 활용돼 왔다. 이미 작년 4월 현지 당국은 노후화로 인해 차량 통행을 금지했으나, 최근 여름 폭염으로 주철 골조에 난 균열들이 더 커져 도보 통행까지 막았다.

영국 런던 템스강 해머스미스 다리. /알렉스 뮐러
영국 런던 템스강 해머스미스 다리. /알렉스 뮐러

런던 중심부에 놓인 복스홀 다리 역시 지난달 초부터 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당국은 대중교통을 제외한 양방향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보수 작업은 오는 11월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런던의 상징으로 불리는 타워브리지도 지난달 22일 선박 통행을 위해 다리를 올렸다 내리는 중 공중에 멈추는 바람에 수리를 위해 이틀간 다리를 폐쇄해야 했다. 두 다리(복스홀 다리(1906년)·타워브리지(1894)) 모두 지어진 지 100년이 훨씬 넘었다.

노후화로 철저한 보수 작업이 필요하지만 문제는 그만큼 예산도 많이 든다는 것이다. 해머스미스 다리의 경우 전면적 수리를 위해 1억4100만파운드(2223억원)가 소요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다리 운영·소유권을 가진 해머스미스 풀럼구엔 이만한 예산이 없다. 런던 교통국은 코로나 봉쇄 여파로 수입이 줄어 정부와 20억파운드(3조783억원) 규모의 구제 금융 협상을 벌이는 등 지원 여력이 없다. 임시 다리를 짓는 데에만 2700만파운드(415억원)가 들 전망이다.

영국 런던 템스강에 놓인 복스홀 다리. /폴 파머
영국 런던 템스강에 놓인 복스홀 다리. /폴 파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템스강 남쪽 지역의 주민들은 북쪽 중심가로 등교하거나 출근 하기 위해 이 대교들을 활용해왔다. NYT에 따르면 이 지역 학생들은 등·하교에 2시간 이상이 걸리기도 하고, 노인들은 중심가 병원에 다녀오기 위해 반나절을 써버리기도 한다. 인근 대교의 통행량 급증으로 주변 지역의 교통 체증도 심화하고 있다. NYT는 “런던의 다리들이 정말로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