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통치를 일삼으며 26년째 집권 중인 벨라루스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에게도 함부로 다루기 어려운 야권 인사가 있다. 벨라루스 국적으로 유일하게 노벨 문학상을 받은 저항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72)다.
안 린데 스웨덴 외무장관은 9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사진 한 장을 띄웠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근무 중인 유럽 각국의 외교관들이 알렉시예비치의 집에 모여 그를 지지한다며 함께 찍은 사진이다. 탐사 보도 기자였던 알렉시예비치는 여성과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소설화하는 다큐멘터리식 글쓰기를 인정받아 2015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2차 대전 실상을 다큐멘터리식으로 소설화한 ‘마지막 증인들’ 등의 작품을 썼고, 벨라루스 국민들 사이에서 행동하는 지성으로 통한다.
알렉시예비치는 지난달 9일 벨라루스 대선에서 루카셴코가 압도적으로 당선됐다는 발표 이후 재선거를 요구하기 위해 야권이 만든 기구인 조정위원회에서 핵심 간부 7명 중 한 명으로 활동해왔다. 벨라루스 당국은 7명 중 알렉시예비치를 제외한 6명을 강제로 출국시키거나 체포함으로써 반정부 시위를 무력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알렉시예비치는 “복면을 쓴 남성들이 집에 들어오려고 시도한 흔적이 있고 미행을 당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자 유럽 주요국에서 파견돼 근무하는 외교관들이 알렉시예비치의 자택으로 찾아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그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한 달째 벨라루스 국민은 재선거와 루카셴코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고, 루카셴코는 러시아에 의지해 위기를 넘기려 하고 있다. 루카셴코는 최근 관영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내가 시위대에 무너지면 그 다음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차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