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직선거리로 6800㎞가량 떨어진 코카서스 지역에서는 국경을 복잡하게 맞대고 있는 두 나라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제주도 두배 반 넓이의 땅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영유권을 두고 일주일째 유혈 충돌 중이다.
두 나라는 국제사회에 각자 국가의 입장이 옳다는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한 장외(場外) 대결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그 무대에 한국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도 포함됐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인으로 구성된 아제르바이잔-한국 친선협회(BUTA)가 지난 3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아제르바이잔 점령지에서 아르메니아 군의 즉각적이며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철수를 요구한다’는 청원 글을 올렸다.
협회는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교전에 대하여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무력 충돌은 아제르바이잔 영토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아제르바이잔의 유일한 이해관계는 국가의 영토를 외세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제르바이잔은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아르메니아 군대는 아제르바이잔 국토의 20%를 무단 점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대한민국의 땅 일부를 다른 나라의 군대가 무단으로 점거하고, 민간인을 학살하고 민간시설을 파괴한다면 어떻게 반응하시겠느냐”며 “아르메니아 정치 지도부는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무단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고, 지속적으로 위협적 상황을 초래함으로써 코카서스 지역을 지구의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르메니아는 시리아, 레바논 등을 위시한 중동 지역에서 테러리스트 단체들과 함께 아제르바이잔의 국토 일부를 점령했고, 평화로운 아제르바이잔 국토를 테러리스트들이 무단으로 점거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분쟁 지역이 아니라 아제르바이잔의 고유 영토”라며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아제르바이잔의 7개 지역을 무단 점거했다”고 했다. 게시글의 주장 내용은 이번 교전 관련 아제르바이잔 정부의 주장과 일치한다.
청원 글은 “한국인들이 아제르바이잔의 이러한 아픔을 알고 공감해주고, 아르메니아가 저지른 범죄가 합당한 처벌을 받길 바라기 때문에 청원을 올린다”며 “대한민국 정부에서 이와 관련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는 말로 끝난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국제 분쟁 중인 국가가 자신의 편을 들어달라며 장문의 입장문을 올린 것이다. 현재 이 게시 글에는 190명이 동의했다.
이 게시물에 우리 정부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와 모두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경우 서울과 바쿠(아제르바이잔 수도)에 모두 대사관이 설치돼있다. 아르메니아의 경우는 러시아(한국)와 중국(아르메니아) 주재 대사관에서 각각 겸임한다.
요즘은 교전 관련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인접국가인 조지아와 함께 ‘코카서스 3국’으로 불리며 코로나 창궐 전까지 국내 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