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2700km를 걸어 도착한 영국의 할머니 집 앞에서 할머니와 포옹하는 11살 소년 콕스. /데일리메일

코로나 여파로 비행편이 끊기면서 타국에 있는 할머니를 만날 수 없게 된 11살 소년이 이탈리아에서 영국까지 2700km가 넘는 거리를 걸어갔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에 사는 11살 로미오 콕스가 할머니 로즈메리(77)의 집이 있는 영국 런던까지 1700마일(2735km)을 걸어갔다고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콕스는 아버지와 함께 6월 20일부터 약 3달을 걸어 지난 4일 할머니 집에 도착했다.

영국 출신인 아버지 필(46)과 이탈리아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콕스는 지난해 영국에서 이탈리아로 이주했다. 이주 후에도 코로나 확산 전까지는 영국에 있는 할머니와의 왕래가 잦았다. 하지만 비행편이 막히면서 이들은 6개월 넘게 강제로 이산가족이 돼야 했다.

콕스는 비행기를 탈 수 없다면 걸어서라도 할머니를 만나러 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처음에는 부모의 반대가 심했지만 50번이 넘는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

콕스의 여정은 아버지 필과 함께했다. 이들 부자는 이탈리아에서 출발해 스위스, 프랑스 등을 가로질러 걸으면서 여러 번 위협을 물리쳤다. 야생 당나귀를 만나고 들개 떼에 쫓기고 길을 잃기도 했다. 긴 거리를 걸어 발이 부르트고 피투성이가 되기도 했다. 새와 귀뚜라미 소리 때문에 야외에서 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렇게 93일이 지난 뒤인 지난달 21일 두 사람은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콕스는 영국 정부의 코로나 지침 때문에 2주간 격리한 뒤에야 옥스퍼드셔 위트니에 사는 할머니와 재회할 수 있었다.

할머니 집 앞에 도착한 콕스는 현관문 앞에서부터 할머니를 향해 전력으로 뛰어가 포옹했다. 할머니는 달려오는 손자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너무 보고 싶었다. 네가 너무 대견하다. 정말 놀라운 일을 해냈다”며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 로즈마리는 “처음에는 손자가 이탈리아에서 걸어온다는 걸 믿지 않았다”며 “그러나 여정을 마친 손자를 본 것은 너무나 특별했다”고 언론에 소감을 밝혔다.

콕스는 “나는 정말 할머니가 그리웠고 만나기 전날 잠을 잘 수도 없었다”며 “우리의 여정은 너무 멀고 힘들었지만 사람들이 아버지와 나를 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을 잃고 말벌 둥지 아래에서 잤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