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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미테구(區) 거리 평화의 소녀상 앞에 시민 400여명이 모였다. 철거 명령이 떨어진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항의 시위를 위해서다. 현지 교민뿐 아니라 독일 시민과 일부 일본인도 함께 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소녀상은 베를린에 머물러야 한다’ ‘우리는 베를린평화의소녀상 철거를 반대합니다’ 등의 문구가 독일어·영어·한국어로 쓰인 손팻말을 들고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요구했다. 실제 위안부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와 ‘아시아 태평양 전쟁 이후의 미투 운동에 연대를 보여달라’는 내용의 대형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한 참가자는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故) 박영심 여사의 사진을 들었다. 소녀상 앞엔 색색의 꽃다발과 화분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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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이후 소녀상 설치 허가를 내줬다가 취소한 미테구청을 향해 30분간 행진했다. ‘베를린이여 용감해져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진엔 휠체어에 탄 소녀상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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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앞에서도 집회를 이어가며 독일 시민과 언론에 소녀상 철거 요구의 부당성을 알렸다. 소녀상 설치를 주도했던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는 “한국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지배하에 있던 아시아·태평양 국가 여성들이 피해를 입었다”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여성 인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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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현장에선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이 직접 나와 항의 서한을 전달받았다. 그는 “찬성 또는 반대하는 어떤 논거들이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신중하게 검토했는지 볼 것”이라며 “조화로운 해결책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어 “며칠간 소녀상 관련 역사를 배웠다”며 “시민 참여가 인상깊다”고도 했다.

코리아협의회는 지난달 28일 베를린 미테구청의 허가를 얻어 독일의 공공 장소에서는 처음으로 미테구에 소녀상을 설치했다. 하지만 아흐레만인 지난 7일 미테구청은 14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로 소녀상을 뜯어내겠다고 했다. 일본이 전방위적인 외교전을 벌여 베를린시측이 소녀상을 철거하도록 움직인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일본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이 직접 독일 정부에 전화를 걸어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EPA 연합뉴스

이에 협의회는 12일 베를린 행정법원에 낸 철거 명령 정기 가처분신청을 냈고, 베를린시가 13일 법원의 판단이 있을 때까지 소녀상 철거를 보류하겠다고 밝혀 철거가 보류된 상태다.

협의회 측은 계속 1인 시위 등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은 한국과 일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광복회는 1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다셀 미테구청장 앞으로 ‘평화의 소녀상’ 철거명령 취소를 요구하는 공문을 전날 보냈다고 밝혔다.

일본 시민단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도 일본 정부의 소녀상 철거 요청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13일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일본 정부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요청을 철회하라”, “(과거사 반성에 앞장 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본받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본의 시민단체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이 13일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일본 정부의 베를린시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요청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