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영화관에서 최신 한국 영화를 즐길 수 있다니! 믿을 수 없어요.”
29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소호 영화관 ‘커즌’에서 만난 오웬(37)씨는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영화 ‘담보’를 보러 온 오웬씨는 김기덕 감독의 오랜 팬이라고 했다. 오웬은 “헐리우드 영화와 달리 주인공의 감정에 집중하는 게 한국 영화의 매력"이라며 “특히 김기덕 감독이 연출한 영화 속 경치가 너무 멋져 한국을 더욱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주영한국문화원은 이날부터 내달 12일까지 제15회 런던한국영화제가 열린다고 30일 밝혔다. 개막작으로는 영화 하모니(2010)를 연출했던 강대규 감독, 배우 성동일 하지원 주연의 영화 담보(2019)가 선정됐다. 개막식이 열린 이날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런던엔 100여명의 관객이 영화관에 모였다. 강 감독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런던의 영화팬들에게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을 찾아줘 고맙다”고 전했다.
이번 개막작을 시작으로 올해 영화제에선 ‘친구와 가족’을 주제로 2주간 총 44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코로나로 이중 9편만 오프라인 영화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박은하 주영한국대사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덕분에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런던 한국영화제에서 런던의 한국 영화팬들이 다양한 한국 영화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영한국문화원은 올해 영화제에서 지난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초기작인 ‘지리멸렬’과 ‘인플루엔자’도 온라인으로 상영한다. 봉준호 감독이 연기에 도전했던 7분짜리 단편 영화 불좀주소(2009)도 리스트에 포함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덕에 영국 현지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정점에 이른 상태”라며 “이번 런던 한국영화제에선 그동안 한번도 영국에서 볼 수 없었던 봉 감독의 단편 영화 두편이 처음으로 영국에 소개되는 기회”라고 전했다.
이번 영화제는 내달 12일 김진유 감독의 ‘나는보리’ 로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청각장애인 부모 밑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한 살 소녀 보리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를 포함해 총 4편의 한국 영화를 이미 예매했다는 베루슈카(45)씨는 “한국 영화 특유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좋다"고 했다.
한편 주영한국문화원은 내달 16일까지 K-뮤직페스티벌도 개최한다. 런던 재즈페스티벌 주관사인 시리어스와 협력해 한국 전통음악을 영국 현지에 전달한다. 올해 페스티벌엔 밴드 잠비나이, 이날치, 이희문 등 18개팀이 공연한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중계된다. 이정우 주영한국문화원장은 “한국의 전통음악과 재즈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이 소개될 것”이라며 “영국 현지인들이 아름다운 한국 음악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