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한 커플이 길에서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맞대고 있다. 기사 본문과 직접적 관련은 없음./타스통신 연합뉴스

“우리는 관광을 원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을 원합니다”

코로나로 전 세계 국경이 닫혀 만나지 못하는 국제 커플들이 ‘국경 없는 사랑을 허락하라’며 연인을 볼 수 있도록 특별 비자를 요구하고 나섰다.

15일(현지 시각) 프랑스 쿠리에 앵테르나시오날은 유럽 등 세계 각국의 국제 커플들이 코로나로 서로 보지 못하게 되자 ‘사랑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유럽 등으로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생긴 ‘외국인 입국제한’ 정책으로 법적으로 부부가 아닌 국제 커플이 강제 별거하거나 헤어지게 되자, 이들이 만날 방법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특히 연인과 함께 보내는 연말 연시가 다가오자 이런 요구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미혼의 국제 커플들의 입국을 허용하는 특별 비자인 ‘러브이즈낫투어리즘’(LoveIsNotTourism) 비자 발급을 각국 정부에 요구하는 조직적 움직임도 지난 6월부터 계속되고 있다. ‘사랑은 관광이 아니’라는 뜻의 이 비자는 ‘장거리 연애 비자’ ‘스윗하트(Sweatheart) 비자’라고도 불린다. 연인들을 위해 각국 상황을 알려주는 관련 홈페이지에선 “우리는 관광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품을 원한다”고 주장하며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격리 등 지침을 잘 따를 테니 만나게 해달라”고 주장한다.

국제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도 국가별로 국제 커플의 특별 입국 허용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국가별로 게시됐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도 ‘러브이즈낫투어리즘’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다. 4만여명의 국제 커플이 가입한 페이스북 페이지엔 매일 초조한 연인들의 성토의 글이 이어진다. 페이지 소개글엔 “결혼하지 않은 것은 오래 지속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데,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기분”이라며 “이 악몽(코로나)이 언제 끝날지 몰라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쓰였다.

이런 노력 끝에 일부 국가에선 연인들의 입국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지난 8월부터 자국 거주자와의 장거리 연인임을 입증하면 비EU국 연인의 입국이 가능하도록 했다. 스페인,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등 총 13개국이 지금까지 외국인 연인을 입국 제한 조치의 예외로 두고 있다.

다만 연인임을 증명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가마다 다르지만 최소 한번이상 서로를 만났다는 것을 출입국 기록 등으로 증명해야 한다. 노르웨이는 최소 9달, 캐나다는 최소 1년 이상 지속된 관계일 때만 입국을 허용한다. 프랑스에선 거주증명서 신분증명서 등을 내야하며 관계가 지속적이라는 증거로 공동임대계약서나 은행계좌를 제출해야 한다. 독일은 주고받은 소셜미디어 메시지나 이메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또 터키, 이란 등 고위험국에서 온 사람은 코로나 테스트를 받도록 하는 국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