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영국 런던 다우딩거리에서 열린 '생리 빈곤' 퇴치 시위/트위터

영국 스코틀랜드가 ‘생리 빈곤’(period poverty)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 생리용품을 세계 최초로 전면 무상공급한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24일(현지 시각) 생리대와 탐폰 등 생리용품을 무상제공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스코틀랜드 전역의 학교 등 공공기관과 약국을 포함한 지정시설에 생리용품을 배치해 필요한 사람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2018년부터 세계 최초로 중·고·대학교에서 생리용품을 무상제공 해오다 이번에 그 범위를 더 넓힌 것이다. 이용자 수에 따라 법 시행에는 연간 870만 파운드(약 128억 6870만원)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CNN은 전했다.

이번 결정은 월경하는 동안 생리용품을 구입할 형편이 되지 않는 상태를 뜻하는 ‘생리 빈곤’ 문제 해결의 목소리가 꾸준히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스코틀랜드 여성단체 ‘독립을 위한 여성’의 2018년 조사에서는 5명 중 1명은 생리대 대신 낡은 옷이나 신발 깔창, 신문 등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선 여성 절반 가까이가 생리 때문에 학교에 결석한 경험이 있었다고 BBC가 보도했다. 이 때문에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선 2017년부터 생리빈곤 퇴치를 주장하는 캠페인과 시위과 이어져 왔다.

특히 코로나가 유행하며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올해초 플랜인터네셔널UK 설문조사에 따르면 14~21세 사이 여성의 3분의 1이 ‘지역 봉쇄’ 기간 동안 생리용품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청소년 센터에서 등 일부 기관에서 생리용품을 무상 제공하지만, 이런 기관이 봉쇄기간에 문을 닫은 것이다. 법안을 발의한 모니카 레넌 노동당 의원은 “생리는 코로나 유행 동안 멈추지 않기 때문에 (생리 빈곤 문제 해결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법안 통과 직후 트위터에 “여성과 소녀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며 “획기적인 법안에 투표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썼다. 여러 여성 인권 단체와 정치인들도 법안에 찬사를 보냈다고 CNN이 전했다.

생리 빈곤을 없애기 위한 정책은 세계 각국에서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지난 6월 약 19억원을 들여 전국 학교에서 여성 청소년에게 무료로 생리용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잉글랜드도 작년부터 학교에서 생리용품을 무상제공하고 있고, 작년 미 오하이오주에선 생리용품에 붙는 판매세인 ‘탐폰세’(tampon tax)를 없애자는 법안이 주 하원에서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