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이 17일 연례 TV 대국민 인터뷰에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자국의 ‘집단면역' 방식이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지난 4월 대국민 TV연설 중인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 /AFP 연합뉴스

구스타브 국왕은 이날 “우리는 실패했다. 우리는 지금 많은 사망자가 나왔고 그것은 끔찍하다”며 “스웨덴인들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갑작스럽게 작별하는 가족들에게 따뜻한 작별 인사도 건네지 못한다는 건 괴로운 경험”이라고 했다.

스웨덴은 코로나가 급속하게 확산될 때도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국가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영업장 폐쇄, 등교 금지 같은 적극적인 봉쇄나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래서 스웨덴은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집단면역을 추구하는 나라로 간주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구 70%가 병을 앓고 회복되거나 백신을 맞아 코로나 항체를 가지면 코로나 유행이 잦아드는 집단면역을 가지게 된다고 보고 있다. 한때 스웨덴의 코로나 상황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둔화세를 보이자 집단면역 시도가 효과를 보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인구 1000만명의 스웨덴에서는 현재 누적 확진자가 35만명을 넘어섰고 7800여명이 숨졌다. 최근에는 하루 1만여명의 확진자가 나온다. 노르웨이·덴마크 등 이웃한 다른 스칸디나비아 지역 국가들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국왕이 집단면역 전략이 실패했다고 한 것이다.

입헌군주제 국가인 스웨덴에서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국왕이 이례적으로 괴로운 심정을 표출한 것에 대해 스테판 뢰벤 총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왕의 발언에 동의한다”고 했다.

스웨덴은 코로나가 급격한 확산세를 보이자 이달 초 16세 이상 학생들에게 원격 수업 조치를 내렸고, 이번 주 초 13~15세 학생에게도 최대한 빨리 원격 수업으로 전환할 것을 요청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크리스마스 기간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독려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