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글로비시(Globish·영어 원어민이 아닌 사람들이 쓰는 어휘가 단순화된 영어)’도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EU의 영어 사용이 줄면 프랑스어의 위상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12일(현지 시각) 클레망 본 프랑스 유럽담당 장관은 “EU가 엉터리 영어 사용을 줄이고 언어 다양성을 회복하는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엉터리 영어를 고집하는 이유를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자기 언어를 쓰는 데 익숙해지자”고 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EU에서는 프랑스어가 주로 쓰였다. 그러나 EU 가입국이 늘면서 영어 사용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그러자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비영어권 출신들이 표현이 단순화된 영어, 일명 ‘글로비시’를 고안해 사용해왔다. 예를 들면, ‘부엌’을 ‘음식을 조리하는 곳’이라고 쉽게 풀어 말하는 식이다.
브렉시트로 이후 EU 27국 중 영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는 국가는 아일랜드와 몰타 2국뿐이다. 아일랜드와 몰타도 자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한다. 나머지 25국은 영어가 제2외국어에 불과하다.
오는 2022년 상반기 EU 순회 의장직을 맡는 본 장관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유럽 본토 언어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어를 프랑스어로 대체하자는 주장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영어 사용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프랑스어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프랑스 고위 관료들은 EU에서 프랑스어를 쓰는 방침을 고수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유럽 각국이 모여 일을 하는 곳인 만큼, 현 시점에서 영어를 대체할 수 있는 언어가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EU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영국의 EU 탈퇴 이후에도 영어는 공식 언어로 남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