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개발한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 백신을 둘러싸고 불신이 커지고 있다. 고령자에게 효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EU(유럽연합)에서는 젊은층에 한해 사용 승인 허가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효능 논란과 별개로 생산량마저 당초 약속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돼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25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이 65세 이상 고령자들에게는 8%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한델스블라트는 이어 독일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고령자들에게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65세 이상에 대해서는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보도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자 독일 정부가 수습에 나섰다. 독일 보건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실험한 대상 중 56세에서 69세 이상이 8%의 비중이었고, 70세 이상의 비중이 3~4%였는데 (한델스블라트가) 팩트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측도 “완전히 잘못된 보도이며 임상 과정에서 고령자들도 강한 면역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실험 과정에 고령자들의 참여가 저조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26일 TV에 출연해 “애초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고령자들에 대한 데이터가 많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EMA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승인 심사 결과를 이르면 오는 29일 발표할 예정인데, 젊은층을 대상으로만 사용 승인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에머 쿡 EMA 청장은 26일 EU의회에 출석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고령층에 효과가 있는지는 지금까지 극소수를 대상으로만 연구가 수행됐다”며 “특정 연령대에 초점을 맞춰 사용을 승인하자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고 보다 넓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자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미국에서도 백악관의 백신 도입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몬세프 슬라위 박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 실험에 고령자들이 거의 참가하지 않아 예방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적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공급 역시 차질을 빚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EMA의 사용 승인이 나오면 올해 1분기에 8000만회분을 EU(유럽 연합)에 공급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22일 당초 약속의 40% 수준인 3100만회분만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공급이 지연되는 이유로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가동중인 공장 생산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만 언급하고 구체적인 설명은 피하고 있어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 EU는 아스트라제네카측에 공급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EU 바깥으로 아스트라제네카측이 백신을 수출할 수 없도록 막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는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 인터뷰에서 “당초 계획보다 생산이 두달 가량 지연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