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남서쪽의 외딴 섬 함네헤르(Hamneskär)의 등대. /예테보리영화제

모든 것으로부터 고립된 팬데믹 시대에 영화란 어떤 의미인가?

영화제에 관객도, 파티도, 매진 행렬도 없는 시국. 북구 스웨덴에서 열리는 예테보리영화제가 바다 한복판, 외딴 섬에서 독특한 실험을 한다.

북유럽권의 가장 큰 영화제인 스웨덴 예테보리영화제가 29일(현지 시각) 개막했다. 다음 달 8일까지 11일간 진행되는 영화제는 상영관이 아닌,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영화를 튼다.

단 1명의 관객은 예외다. 선정된 1명의 관객은 스웨덴 남서쪽의 외딴 섬 함네헤르(Hamneskär)의 등대에서 일주일 동안 총 60편의 영화를 볼 기회를 얻는다. 휴대전화 사용은 금지된다.

30일(현지 시각) 예테보리영화제는 “총 45개국에서 지원한 1만2000명의 지원자 중 스웨덴에서 응급 간호사로 근무 중인 영화광 리사 엔로스씨를 관객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지난 1년간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 최전선에서 일해온 의료진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일주일 동안 등대에서 영화 60편을 보는 1인 관객으로 선정된 리사 엔로스씨. /예테보리영화제

셰브데 지역에 사는 간호사 엔로스씨는 지역 영화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시네필이기도 하다.

섬으로 떠나기 전 그는 “세상에,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며 “에너지가 고갈된 것 같았는데, 한 주 동안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고 전했다. 엔로스씨는 매일 영상 일기를 온라인에 올릴 예정이다.

배를 타고 섬으로 이동 중인 리사 엔로스씨. /예테보리영화제

이번 행사는 전례 없는 팬데믹 상황이 영화와 관객의 관계를 어떻게 바꿨는지 탐구하는 실험이다.

영화제 측은 “등대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은 우리가 지난 1년간 겪은 고립의 경험”이라며 “선정된 1인은 영화를 유일한 동반자 삼아 바다 한복판에 고립된 채 영화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