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의약품 규제기관인 스위스메딕 입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개발한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 백신에 대해 스위스 정부가 승인을 거부했다. 한국이 들여오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유럽에서 사용 승인을 하지 않은 첫 사례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3일(현지 시각) 스위스의 의약품 규제당국인 스위스메딕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임상 시험 자료가 부족하다며 사용 승인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스위스메딕이 추후 입장을 바꾸기 전에는 스위스에서는 연령대와 무관하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여오거나 접종할 수 없다.

앞서 유럽의약품청(EMA)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을 연령대와 무관하게 승인했고,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웨덴·폴란드는 이 백신의 사용을 승인하면서 65세 이상의 고령자 등에 대해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와 달리 스위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승인을 보류했기 때문에 연령대를 불문하고 접종할 수 없다. 스위스는 EU 회원국이 아니므로 EMA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로이터통신은 스위스가 “승인을 보류했다”고 표현했지만, 파이낸셜타임스와 데일리메일은 “승인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의 로고를 배경으로 코로나 백신 스티커가 부착된 병과 주사기가 놓여있는 모습./AFP 연합뉴스

스위스메딕은 “현재까지 확인 가능하고 평가를 마친 자료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스위스메딕은 “안전성, 효능, 품질에 대한 추가적인 데이터를 얻으려면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스위스메딕의 이 같은 설명은 기존 임상 시험 자료를 단순히 보완하는 정도로는 승인할 수 없으며 새로운 연구 결과가 제시돼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 시험 대상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10%에 미치지 못해 효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스위스의 발표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는 “새로운 자료를 스위스메딕과 가능한 빨리 공유해 스위스에서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4개 대륙에 걸쳐 50개 가까운 나라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다”며 “우리가 개발한 백신은 효능이 있고 코로나를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했다.

스위스는 1월 31일까지 31만5000여명에게 코로나 예방 백신을 접종했다. 대부분 화이자·바이오엔테크 공동개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